삼성전자 ‘갤럭시라운드’가 흥행 부진에 빠졌지만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국내 최고가다. 출고가가 108만9천원이고 약정 계약을 맺어도 90만원대의 고가다.
잘 팔리지 않아도 가격 인하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점유율 확대보다 최고 프리미엄 실험작으로 내세웠다는 분석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에서 갤럭시라운드 하루 개통량은 하루 100~300대 정도다. 출시 후 약 5주간 누적 개통량은 1만대 안팎. SK텔레콤 단독 판매임을 감안해도 상당한 부진이다.
근래 국내서 인기 스마트폰으로 분류되는 제품들의 일 개통량은 5천대가 넘는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S3/4 등이 대표적이다. ‘갤럭시라운드’의 부진한 성적이 주목되는 이유다. 휴대폰 매장을 살펴보면 갤럭시라운드를 한 번도 팔지 못했다거나 물량을 들이지 않았다는 곳이 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제품 가격은 그대로다. 제조사 장려금을 더 투입,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 또한 보이지 않는다. 통신사 보조금에서 적잖은 부분이 제조사 장려금이다.
서울 홍대 부근의 한 휴대폰 매장 주인은 “일단 갤럭시라운드가 국내서 가장 비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실제로 나오는 보조금 수준도 10만원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종로의 다른 판매점 직원도 “갤럭시라운드에 대한 문의를 거의 받지 못했다”며 “가격 극약처방 없이는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스마트폰에 대한 삼성전자 고가 전략은 일반적이지만 갤럭시라운드는 더 특별하다. 최초의 곡면(커브드) 스마트폰이라는 기술 선도 이미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당장의 판매량보다 삼성전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라운드를 국내에만 팔고 해외에 내놓지 않는 것도 흥행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을 줄이면 기술 선도 이미지까지 덩달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LG전자도 곡면 스마트폰 G플렉스를 최근 내놨지만 가격이 99만9천900원으로 갤럭시라운드 대비 9만원 정도 저렴하고, 이동통신 3사 모두 판매한다. ‘팔 기 위한 제품’이라는 LG전자 임원들의 메시지는 갤럭시라운드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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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커브드 스마트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고 계속해서 신기술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갤럭시라운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곡면 스마트폰 제작에 나섰다. 근래 애플 관련 루머들의 적중률이 꽤 늘었기에 무시하기 어려운 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