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빅데이터 투자 미루는 이유

일반입력 :2013/09/25 15:18

빅데이터의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모습이다. 전세계 대기업들이 투자계획만 세워놓고 실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앞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기업들도 첫해 미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3일 발행된 가트너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기업의 64%가 빅데이터 기술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거나 투자를 시작했다. 이는 작년의 58%보다 다소 상승한 수치다. 솔루션 구입 등 투자에 나선 비율은 30%였다.

그러나 빅데이터 투자계획을 세웠던 기업의 단 8%만 실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그쳤다.계획과 예산만 잡아놓고 구체적인 응용에 나선 기업은 매우 드물다는 결과다. 내년 투자에 나서겠다고 답한 비율은 19%였고, 2년 뒤 투자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15%였다.

■ 빅데이터 투자 의지 있으나 계획 부족

가트너는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빅데이터 투자 의지에 비해 명확한 계획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올해 340억달러의 지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빅데이터 관련 기술과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는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전략에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가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트너의 이같은 분석은 예상보다 기업의 빅데이터 투자가 연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작년 가트너는 올해 기업의 빅데이터 투자가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적용단계로 이행해 더 다양한 활용사례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기업들은 빅데이터 솔루션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49%는 빅데이터에 대해 비용 감축으로 기업 효율성을 높이거나, 리스크를 조기에 판단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55%는 고객 서비스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고, 42%는 신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3%는 보유 정보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기대했다.

빅데이터 솔루션 구매에 나선 산업군은 미디어, 통신, 은행, 서비스 회사들이 주를 이뤘다. 미디어 및 통신 회사의 39%가 빅데이터 투자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은행 34%, 서비스회사 32%가 빅데이터 솔루션 도입을 시작했다.

지리적으론 북미 회사의 38%가 투자계획을 밝혔고, 아시아태평양 회사 45%가 투자의향을 밝혔다.

한국도 이같은 흐름과 다르지 않다. 올해초 대대적인 빅데이터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고, 다수의 대기업들이 빅데이터 투자계획 수립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를 3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연초 계획수립에 나섰던 회사 중 실제 프로젝트에 돌입한 곳은 거의 없다. 수년전부터 부서별로 빅데이터 기술도입을 시도했던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현대중공업, 포스코, 신세계 등이 여전히 암중모색 단계다.

■ 빅데이터, 저조한 ROI 해결해야...

또 다른 시장분석 보고서는 빅데이터의 투자대비수익률(ROI)이 매우 저조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키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이나 조직의 46%가 부분적인 성공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2%는 투자가 완벽히 실패했다고 답했다. 완벽한 성공을 확신한 기업은 없었던 셈이다.

빅데이터 시도기업들은 올해 하루 1달러 투자당 55센트의 투자회수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본은 3~5년 후 1달러당 3달러50센트로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전망했는데, 빅데이터 투자 첫 해엔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위키본은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빅데이터 투자실패 요인을 하둡이 기업의 프로젝트에 연관되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특효가 있고, 측정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큰 돈을 투자하면서 자신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드라이트는 19일 기사에서 너무 많은 엔터프라이즈가 빅데이터를 하둡과 동일 시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빅데이터를 단순히 데이터를 매립지에 쌓아두는 것과 혼동한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보여온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만약 정보의 양이 하루당 250경 바이트씩 증가하고 있다면, 확실히 사용가능한 정보의 양은 거의 없다라며 대부분은 노이즈일뿐 이고, 노이즈가 신호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너무 많은 가설이 테스트에 존재하고, 너무 많은 데이터 세트가 마이닝된다라며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의 양은 상대적으로 불변하나라고 덧붙였다.

위키본은 대규모로 시작하는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실패를 경고했다. 위키본은 보고서에서 최고의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IT 주도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현업부서가 전략적이면서 소규모로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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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빅데이터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현업부서와 함께 협력하면서 단계적으로 가치를 발굴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보여 왔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를 작게 시작하고, 반복적으로 시행하면서, 쉽게 확장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해야 이른 시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