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뽀로로라도 플랫폼 없다면..."

일반입력 :2013/09/12 09:36    수정: 2013/09/12 09:37

남혜현 기자

뽀로로 앱을 출시하곤 일손이 모자라 사나흘 덩그러니 올려만 놓은 적이 있어요. 그래도 뽀로론데, 다운로드 수가 최소 수백 건은 나올 거라 생각했죠. 결과가 어땠는지 아세요? 수십 건이에요. 처참했죠.

예기치 못한 상황은 깨달음을 준다. 제아무리 뽀로로라도 환경이 받쳐줘야 성공한다. 인기 캐릭터라고 무조건 팔리지는 않는다. 어떤 콘텐츠든, 사람들이 찾는 플랫폼에 올라타야 수익이 난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카카오를 통해 열렸듯 말이다.

김민석㉜ 스마트스터디 대표를 10일 서울 서초동 삼성출판사 사옥에서 만났다. 전세계 3천300만명이 스마트스터디가 펴낸 유아용 교육 앱 '핑크퐁'을 내려받았다. 교육 카테고리에서 구글과 애플을 석권한 핑크퐁은 최고 매출 1위를 놓치지 않는다. 문 연지 갓 3년된 벤처를 주목하는 이유다.

김 대표가 설명하는 핑크퐁의 위력은 자체 플랫폼이다. 핑크퐁은 쉽게 말해 유아용 앱 쇼핑몰이다. 부모들은 핑크퐁에서 내 아이에 들려주고픈 동요와 읽히고픈 동화를 내려받는다. 새 콘텐츠는 이용자들을 끌어오는 원동력이다. 자존심을 구겼던 뽀로로도 핑크퐁에서 정상 궤도를 찾았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 편하게 개발할 수 있죠. 마케팅 이슈나 장애가 없어요. 앱끼리 서로 홍보해주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니까 출시 첫 주에 수십만 다운로드가 가능해요. 고품질 앱을 만들어도 플랫폼에 올려 놓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죠.

그가 말하는 '고품질 앱'은 단순히 교육용 앱만 뜻하진 않는다. 핑크퐁이란 플랫폼에 녹을 수 있는 콘텐츠라면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을 가리지 않는다.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모바일 게임 '타마고 몬스터즈'는 출시 3개월 만에 2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마케팅에 따로 돈을 쓰진 않았다. 핑크퐁을 아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할 게임으로 타마고를 골랐을 뿐이다.

타마고는 8일만에 만든 게임이에요. 시장에서 유아용 게임의 가능성을 봤죠. 30억원을 들여 만든 핑크퐁이 연 매출 목표 100억원의 기반이 됐습니다.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한 방편으로 게임을 보고 있고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과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에요.

삼성출판사 자회사에, 교육용 앱으로 성공한 벤처가 게임이라니. 이질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이런 이질감은 김 대표에겐 고루하다. 게임과 교육은 지향하는 즐거움이 다른 '콘텐츠'일 뿐이다. 개발사 입장에선 서로 다른 성질의 콘텐츠를 어떤 플랫폼에서 어떻게 서비스하느냐가 중요하다.

핑크퐁엔 온라인 게임 서비스 방식이 녹아들었어요. 핑크퐁을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까, 그리고 내일 또 이용할 수 있게 만들까란 방법론이 서비스죠. 교육을 단순히 교육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콘텐츠로 볼 때 게임의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죠. 어떤 콘텐츠냐 보단, 어떻게 성공시킬까 그 방법을 아는게 중요해요

발상의 전환은 김민석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서 왔다. 그는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곤, 넥슨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사업개발팀과 마케팅을 거친 후에는 NHN에 들어가 캐주얼게임 서비스기획팀 파트장을 맡았다.

가업인 삼성출판사엔 지난 2008년 입사했다. 게임 바닥에서 기획과 서비스 업무를 두루 거친 후다. 프랜차이즈학원 '삼성영어'에 태블릿 수업을 도입했고, 모바일 앱 전문 자회사 스마트스터디를 창업하며 삼성출판사를 IT 기반의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이력을 살펴보면 그의 최대 장기는 콘텐츠 휘젓기다. 게임과 교육, 애니메이션, 만화를 종횡무진 넘나든다. 손해도 안봤다. 핑크퐁으로 상반기에만 40억원을 벌었다. 타마고도 흑자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앱 '6시 김성모 만화'도 스마트스터디 작품이다. 돈 안된다는 전자책 앱 부문서도 스마트스터디는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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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법 좀 아는 김 대표는 스마트스터디의 미래를 마블에서 찾는다. 마블은 인기 캐릭터 저작권을 직접 갖고 있다. 헐크와 아이언맨이 해마다 작품에서 만나 우열을 겨루는 것은 마블 팬들엔 큰 선물이다.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스마트스터디가 성장, 인기 캐릭터들을 키워 나간다면 국내서도 콘텐츠를 뒤섞어 보는 실험을 해볼 수 있다.

마블을 진짜 좋아해요. 올해 아이언맨이 새 슈트를 개발해 이기면, 내년엔 헐크가 신약을 개발해 더 강해질 수 있죠. 이런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스마트스터디도 그런 철학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가 만든 캐릭터로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