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한 말이다. 자기가 변화하고 진화하더라도 주변 환경이 더 빠르게 변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자의 대부인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침체된 게임 시장 분위기를 두고 게임 개발자들에게 내던진 화두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물론 새롭게 기대를 거는 중국 시장도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했다는 위기가 바탕이 된다.
배재현 부사장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3에 연사로 나서 “위기는 맞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 부사장은 지난 몇 년간 국내서 벌어진 온라인 게임 시장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대작 게임들이 줄줄이 나왔지만 일부 장수 게임들로 시장은 고착됐다. 신작이 나오더라도 자리를 잡기엔 척박해졌다는 설명이다.
리그오브레전드(LoL)과 같은 외산 게임의 도전도 거세졌다. 상위 36종의 PC방 기준 인기 게임 가운데 9종에 불과한 외산 게임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었다. 이미 자국 시장에서 검증받은 콘텐츠인 만큼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뿜어낸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이 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상황 속에 온라인은 축소되는 분위기다.
거대 시장으로 집중 조명받기 시작하는 중국 시장도 텐센트 위주의 독식 시장이고 한국처럼 이미 일부 게임 위주로 고착화가 진행 중이다. 외산 게임 수를 제한하는 중국의 정책도 새로운 장벽이다.
또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중국의 개발력이 머지않아 한국을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 시장의 미래가 참담해보이지만, 배 부사장은 타개책을 꺼내들었다.
그는 우선 “한국 시장은 작기 때문에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라”면서 “이머징 마켓보다는 미국과 유럽과 같은 메이저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국내 출시가 아닌 글로벌 출시, 한국어 버전이 아닌 영어를 비롯한 전세계 언어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배 부사장은 강조했다.
중국 게임 이용자들이 한국 게임을 비하하면서 쓰는 표현 ‘콘텐츠는 없는데 소위 노가다처럼 하는 게임’이란 뜻의 김치 게임을 예로 들면서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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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업계가 만들어낸 ‘부분 유료화 모델’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때는 GDC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부분 유료화 모델을 분석하고 발표했는데 이제는 다른 지역 국가에서 더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유지해온 게임 개발 환경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개발자의 재충전과 인센티브를 아끼지 않는 조직 경영, 인재 육성 등이 부족하다며 이러한 점들을 더욱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 ‘제가 XX 게임 핵심 개발자입니다’, ‘저만 믿으세요’와 같은 구시대 문화도 사라져야 문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