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92개국, 3만3천여개 도시에서 숙박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가 동북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한국이 허브 역할을 맡는다.
에어비앤비는 29일 서울 종로구 탑클라우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공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인 조 게비아(Joe Gebbia)가 자리했다.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전 세계의 빈방을 등록하거나 탐색·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08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으며 2010년 1억1천200만달러(약 1천250억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날 조 게비아 CPO는 “에어비앤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 다양한 주거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장터”라며 “한국서도 자신의 주거 공간을 에어비앤비에 올리는 사람들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실제로 지난해 858%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 특유의 문화와 동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은 큰 잠재성을 갖고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한국 ‘리스팅(숙박 공간)’은 약 900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725건이 등록돼 전년 대비 460%의 증가세를 보였다. 조 게비아는 “한국 호스트(주인장)는 대부분 한달 평균 3~4일을 주택 혹은 아파트 전체를 임대해주고 연간 평균 700만원 가량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한국인 수도 275% 급증했다. 한국에서의 누적 총 예약 날짜를 계산하면 5만일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에어비앤비의 한국 시장 지원 강화는 이 같이 급격히 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수순이다.
■31세 미국 청년 “서울을 멋진 공유도시로”
29일 기자와 만난 조 게비아 CPO는 수십장의 명함을 꺼내 보여줬다. 명함 뒷면은 모두 제각기 다른 장소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에어비앤비에 올라와 있는 리스팅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들”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자신은 100군데 이상을 직접 다녀봤다”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에어비앤비의 출발은 이렇다. 조 게비아는 2008년 여행객에게 자신의 아파트 빈방을 빌려줬다. 월세를 충당할 목적이었다. 그런데 깨끗하면서도 값싼 숙박을 찾는 이들이 계속 줄을 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업 모델이 됐다.
조 게비아는 “방을 제공하는 주인장과 이를 이용하는 손님 모두 재화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신뢰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에어비앤비 골자”라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공간 또는 지식과 경험 등을 함께 나눠 쓰자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인 기업 사례로도 꼽힌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사회 운동의 성격으로 시작된 공유경제는 2009년 이후 모바일, SNS 등 IT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맞물리면서 하나의 경제활동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조 게비아는 “공유경제의 목적은 기존의 자원을 좀더 지속 가능하고 가치있는 방법으로 활용하는데 있다”며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를 강타했을 당시를 예로 들었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어버렸을 때 에어비엔비가 그들이 머물 수 있는 1천200개의 방을 찾아줬는데 이것이 바로 공유경제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에어비앤비가 한국 내 공유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게비아는 “한국에서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에어비앤비 이용률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공유도시로 만든다고 공언한 만큼 에어비앤비와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