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가 좋아요. 벌써 음식물쓰레기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린다. 봉지에 담아온 쓰레기를 쏟아 부으면 바닥에 위치한 저울이 무게를 잰다. 다시 카드를 대면 뚜껑이 닫히며 내야 할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알려준다. 음식물쓰레기 냄새에 괴로워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지저분한 쓰레기가 손에 묻지도 않는다. 카드만 대면 되니 어린 아이부터 나이드신 어르신들까지도 척척이다.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한국아파트에는 ‘똑똑한 음식물쓰레기통’이 있다. KT가 콘포테크와 손잡고 개발한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개별계량장비다.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설치, 운영하기 시작한 해당 장비는 RFID 카드를 접촉하는 것만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방식이다.
지난 25일 포천 한국아파트를 방문했다. 장비를 도입한 후 약 한 달 보름이 지났다. 시범운영이었지만 벌써 음식물쓰레기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평균적으로 매일 4~5통씩 나오던 음식물쓰레기가 지난해 12월동안에는 2통으로 줄었다. 처리 비용도 2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아파트 주민인 김석렬(62) 통장은 “예전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채우려면 며칠씩 놔둬야 해 냄새도 많이 나는 등 자원의 낭비였다”며 “장비를 도입한 이후에는 주부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는 그때마다 무게를 측정해 비용을 계산한다. 쓰레기를 버릴 때 계량기에 대는 카드에 이미 가구별 정보가 들어있다. 지금은 시범운영 기간이라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지만, 비용은 매달 관리비에 합산돼 청구된다. 본인이 얼마나 쓰레기를 버렸는지 인터넷에서 확인도 가능하다.
자연히 무게를 줄이려다보니 물기를 꼭 짜는 것은 기본, 음식물쓰레기를 말려 가루로 내는 가구도 있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를 자체적으로 퇴비화 시키는 가구도 나왔다.
이명원 한국아파트 관리소장(58)은 “(장비 도입 후)주민들이 식료품을 살 때부터 사재기를 하지 않고 먹을 만큼만 조리를 한다”며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500원, 1천원을 아끼자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데 한국아파트가 앞장서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별 RFID 카드 사용....비밀번호 입력도 가능
가구별로 지급된 RFID 카드는 일반형과 소형 두 가지 형태다. 만약 카드를 잊어버리고 왔더라도 걱정 없다. 미리 설정해 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카드와 마찬가지로 음식물쓰레기 계량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관리소장은 “소형 카드의 경우 주부들이 주로 가지고 다니고 일반형 카드의 경우 남자들이 지갑에 넣고 다니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비밀번호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장비를 개발한 신현목 콘포테크 대표는 “카드가 없을 경우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은 KT-콘포테크 장비의 경쟁력”이라며 “계량기 자체에도 패킹 등을 통해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 쓰레기통을 빼고 넣을 때 상단부분이 들리는 등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자신했다.
사실 처음에는 새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만큼 주민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홍보와 최근 서울서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이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 관리소장은 “처음 홍보할 때는 귀찮게 이런 것 왜 하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뉴스에서 서울 음식물쓰레기 대란을 본 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지금은 이런 분들이 먼저 와서 우리 아파트는 도입하길 잘했다는 말씀을 한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조기 안착에 기여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부터 환경부가 본격 시행 중인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에 따른 것이다. 종량제는 쓰레기 무게를 계량한 후 수수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RFID 시스템, 납부필증 방식, 음식물 전용 봉투 방식 세 가지로 운영된다. 다만 오는 2016년부터 음식물쓰레기 봉투의 사용을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포천시는 양주시에 이어 두 번째로 해당 장비를 도입했다. 현재 포천시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개별계량장비만 총 282개에 달한다. 포천시는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는 오는 3월1일부터 무게에 따라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승인 포천시청 환경관리과 주무관은 “다세대 주택, 아파트의 경우에는 이미 계량장비 설치가 끝났다”며 “공동주택 중 음식물종량제 기기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납부필증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노경만 포천시청 환경관리과장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예방하는데 앞장서기 위해 장비를 도입했다”며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이 4억5천만원 가까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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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T는 포천시 외에도 파주시, 용인시 등 10개 지방자치단체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스템을 구축, 운영 중이다. 대상 가구 수만 20만 가구에 달한다.
심영훈 KT 경기북부법인사업단 포천법인팀 과장은 “KT는 친환경 선도 기업으로써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도의 조기안착을 위해 최전선에 앞장서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주민편의 증대를 위해 시스템 고도화, 주민설명회 등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