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까지...손정의 무한 M&A 왜?

일반입력 :2012/10/15 12:18    수정: 2012/10/15 17:58

정윤희 기자

말 그대로 ‘광폭 행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달 초 일본 4위 이통사 이액세스 합병을 발표한데 이어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넥스텔 인수를 추진 중이다. 미국 통신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통해 메트로PCS와 클리어와이어 마저 인수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이 곤두섰다.

만약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 외에도 메트로PCS나 클리어와이어를 인수하게 된다면 中차이나모바일, 美버라이즌에 이어 글로벌 3위 이통사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의 ‘승부 본능’이 어디까지 발휘될지 주목하는 이유다.

CNBC,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美日 현지 언론은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 발행 주식의 3분의 2 이상(70%)을 취득할 계획이다. 이 경우 인수 총액은 1조5천억엔(한화 약 21조원)을 넘어간다.

소프트뱅크의 이 같은 행보는 정체된 일본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IT시장에서의 성장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같은 맥락으로 손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커머스,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일본 외 지역 공략에 주력 중이다. 국내서는 지난해 KT와 합작사 KSDS를 설립하고 경남 김해에 데이터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도박? 승부? …글로벌 공룡 탄생 예고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인수할 경우, 전체 가입자 9천만명이 넘는 글로벌 공룡 이통사가 탄생하게 된다. 스프린트는 “소프트뱅크와 투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인수 가능성을 시인했다.

해당 인수는 스프린트 인수로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는 아이폰을 판매하며, 4G LTE 네트워크 구축하고 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시장 전략이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양사 모두 에릭슨의 통신장비를 사용해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리한 점으로 꼽혔다.

뿐만 아니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에 그치지 않고 메트로PCS, 클리어와이어를 추가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통해 T모바일과 메트로PCS를 두고 인수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씨넷은 와이맥스 사업자 클리어와이어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했다. 클리어와이어는 전체 지분의 49%를 스프린트가 보유 중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자국 이통사를 인수하려는 소프트뱅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크레이그 모펫 샌포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이통사가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것은 일본인이 록펠러 센터를 산 것과 마찬가지”라며 “단순히 누군가 와서 스프린트 주식을 산 것일 뿐 어떠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 3일 일본 4위 이통사 이액세스를 합병하며 KDDI(au)를 제치고 3위에서 단숨에 2위 이통사로 뛰어오르기도 했다(본지 2012.10.03.일자 손정의 승부수…日소뱅, 2위 이통사 껑충 참조). 향후 이액세스의 LTE 주파수를 활용해 아이폰5 등 LTE폰에서 경쟁사보다 원활한 데이터 환경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사과박스 PT서 글로벌 이통사까지

소프트뱅크는 일본 통신시장에서 고전해 왔지만 지난 2008년 아이폰 판매를 계기로 급부상했다. 국내서는 재일교포 3세 손정의 대표가 지난 1981년 3명의 직원을 앞에 두고 사과박스 위에서 “30년 후에는 조 단위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한 일화로 유명하다.

특히 시장 하위 업체들의 경쟁력을 결집시켜 리더로 뛰어올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 등의 주식을 사들이고 지난 2005년 일본 내 꼴찌였던 보다폰재팬을 인수했다. 현재는 10여개의 자회사와 120여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는 그룹으로 컸다.

실제로 약 30년이 지난 지금, 소프트뱅크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2분기에도 영업이익(1천921억2천400만엔)만 따지면 KDDI(au)의 두 배, 영업이익률로는 1위 NTT도코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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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M&A를 두고 지난 2010년 손정의 대표가 내놓은 ‘300년 기업론’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손 대표는 “향후 30년은 300년을 준비하는 시기”라며 오는 2040년까지 5천개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손 대표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때 IT 업계를 지배했지만, 그들은 몇 십 년이 지나도 컴퓨터(하드웨어) 회사에 머물러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정보 혁명을 통해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