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관련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계속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인수를 노린다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졌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대표 최승우)은 최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을 인수한 것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넥슨은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24.69% 중 14.7%을 넘겨받으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 대금은 약 8천45억 원으로 게임업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주당 거래가는 25만 원 수준.
당시 시장은 두 회사의 지분 거래를 충격으로 받아드렸다. 복수의 매체는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넥슨이 우회적인 방식을 동원해 엔씨소프트의 내부 분위기 쇄신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란 명분을 내세워 구조조정, 조직개편 등을 경영진에 요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투자를 위한 것이지 경영 참여를 위한 수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넥슨은 그동안 진행해왔던 사업을 각사의 스타일로 계속 이끌어간다는 계획을 전했다.
넥슨 내부 관계자는 “(주식 거래 관련해)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경영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시장의 관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측도 이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해서 조직이 크게 변하거나 경영진이 교체되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회사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임직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서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많은 분들이 놀라고 궁금해 하실 것”이라며 “길을 걸어가는 데 함께 할 친구 같은 회사가 생겼다고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엔씨는 엔씨의 색깔이 있고 넥슨은 넥슨의 색깔이 있다”라며 “이제 서로의 장점이 어우러져 두 회사가 협력해 글로벌 파고를 넘어가는 모험을 떠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 거래는 두 회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진행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전문가는 넥슨이 넥슨코리아의 게임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을 채널링 서비스하는 방식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넥슨 캐시로 엔씨소프트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게임 포털을 통합하거나 새로 론칭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캐주얼 게임, 판타지 게임 개발 서비스 노하우를 서로 융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어서다. 이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해외 사업 부문 노하우를 서로 공유한다는 의미도 부여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블레이드앤소울이 출시를 앞둔 만큼 넥슨이 지원 사격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회사가 사업적 시너지를 위해 주식 거래를 했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첫 단추로 블레이드앤소울 띄우기에 공동으로 나설 수 있을지 여부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오는 21일 공개서비스를 시작한다. 앞서 진행한 사전캐릭터 신청 서비스는 이용자가 대거 몰리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서비스를 종료해 화제가 됐다. 블소가 디아블로3급 흥행 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 이유다.
더불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곧 주식 매각 대금 사용 출처에 대해 입을 열 것으로 보여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넥슨 지분 교차 인수, 중견 온라인 게임사 및 모바일 게임사 지분 인수, 다음 경영권 인수, 정계진출 등 여러 추측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김택진 대표가 직접 자신의 입을 통해 윤곽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넥슨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주식 거래로 한배를 타게 됐다”면서 “두 회사가 서비스 플랫폼과 해외 사업 부문의 노하우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분간 이에 대해 함구한다고 전해 들었다. 두 회사는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잠잠해지면 하나 둘 이슈를 꺼내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