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내에서 시험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의 무료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이 연일 화제다.
이동통신사들은 m-VoIP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요금 인상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정도로 보이스톡이 던진 시장 충격파가 크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서둘러 보이스톡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유료화가 이뤄진다는 괴소문도 돌았다.
연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카카오톡 무료통화가 전격 국내 서비스를 결정한 배경에는 국내 이용자들의 힘이 컸다. 앞서 일본 시장에서 먼저 보이스톡 서비스가 이뤄지며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인터넷을 통해 편법으로 보이스톡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공유하면서 국내 서비스를 앞당겼다.
■ 日 시장 질주 네이버 라인 잡자
카카오는 지난 2월부터 일본 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톡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4월에는 이를 아이폰 이용자까지 확대했다. 카카오톡이 일본 서비스 도입을 서두른 이유에는 일본 시장에서 승기를 잡고 있는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과의 경쟁구도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NHN재팬이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지난 6일 전 세계 가입자 수 4천만명을 돌파하며 급속 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가입자 중 90% 이상이 해외 이용자로 특히 일본 내 이용자만 1천800만명에 달한다.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데는 일본 이용자들 정서에 맞는 아기자기한 기능과 더불어 무료 음성통화 기능이 큰 기여를 했다. 일본 휴대폰 이용자들은 대부분 정액으로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문자메시지 이용도가 극히 낮다. 국내처럼 무료 문자 서비스 만으로는 큰 소구력을 가지기 힘든 이유다.

NHN재팬이 출시한 라인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자 NHN은 카카오톡에 밀려 고전하던 모바일 메신저 ‘네이버톡’을 라인으로 통합하며 힘을 실어줬고 일본 내 TV광고까지 방영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라인과 카카오톡의 경쟁은 NHN 공동창업자인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의 대결구도로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일본에서 출시된 라인이 반응을 얻자 카카오도 이에 질세라 지난해 7월 일본법인을 설립하고 박차진 전 CJ인터넷 일본 법인장을 영입해 세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NHN재팬에 비해 조직력이나 노하우가 달리는 카카오재팬은 대규모 마케팅에 힘을 쏟기보다 서비스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시장이 글로벌 진출에 있어 교두보 적인 의미를 지니는 데다가 일본 이용자들의 특성상 유료 콘텐츠 매출도 국내보다 높은 편이어서 무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한계로 지적된 수익성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일본 시장을 놓치기 힘든 이유다.
카카오는 플러스친구의 일본 버전인 ‘플러스 카카토모’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X재팬의 요시키를 1호 연예인으로 올리는 등 일본 이용자들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까지 추가하면서 뒷심 발휘에 나섰다. 카카오 관계자는 “음성채팅 시장이 활성화 돼 있는 일본에서 보이스톡 출시한 이후 서비스 품질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톡 왜 이렇게 빨리? “편법 판쳐서...”
일본 내 보이스톡 서비스는 결국 국내 서비스 출시에도 드라이브를 걸게 만들었다. 일본에서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다른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요구가 빗발치자 카카오는 보이스톡 서비스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체로 확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국내 서비스는 다소 갑작스러운 감이 있다. 지난주 대한민국 인터넷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기자들과 만나 “국내까지 서비스를 전면 확대하기에는 통신사나 우리(카카오)나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글로벌 출시를 먼저 계획했다”면서 “늦어도 연내에는 국내서도 보이스톡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이용자 규모가 해외 이용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서비스 품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다 국내 통신사들과의 망중립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에 대한 부담이 그 동안 보이스톡 서비스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지난주께부터 인터넷 상에서 아이폰으로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보이스톡 서비스 출시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지난 주말에는 안드로이드폰에서도 편법으로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등장하면서 카카오는 예정보다 빨리 국내 서비스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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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정식 서비스 출시 단계가 남아있지만 보이스톡 베타테스트 기간이나 이용자 수의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를 국내 서비스 출시와 마찬가지로 보는 분위기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글로벌 서비스 이후 국내 서비스는 왜 시작하지 않느냐는 이용자들의 문의가 빗발친 데다가 급기야 편법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돌면서 안정적으로 정식 루트를 제공하는게 맞지 않느냐는 내부 결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