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애플 분기 순익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 호황으로 전년대비 2배가량 올라 11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실제 가동하는 공장 하나 없이 제조 협력사 조달에만 의존해 복잡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다져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故스티브 잡스 후계자로 지목된 이유는 그의 탁월한 공급망관리(SCM) 노하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는 잡스가 아직 애플 CEO일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2인자 위치에서 애플의 중추인 SCM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특히 SCM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역량이 작용했으리란 풀이다.
구매SCM솔루션업체 엠로의 김태준 전무는 컨설팅사업본부장으로서 한층 구체화된 분석을 제시한다. 잡스가 쿡을 차기 애플 수장으로 지목한 배경에 COO 업무중에서도 '최고구매책임자(CPO)'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 본부장은 SCM분야 전문 컨설턴트 출신으로 엠로 창립멤버다. 엠로는 애플과 경쟁, 협력관계인 대기업 제조사들에게 지난 10여년간 구매SCM 시스템을 공급, 구축하며 성장해온 중견 소프트웨어(SW)기업이다. 최근 김 본부장을 만나 구매SCM 분야의 발전 방향과 최근 부상한 CPO 개념 등 전자구매분야 흐름에 대해 들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SCM은 기업이 제품을 내놓기 위해 구매, 생산, 조달, 물류를 아울러 관리하는 체계로 요약된다. 구매SCM은 그 앞단에서 구매절차에 드는 비용을 최적화해 이익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매출 성장보다 구매프로세스상의 비용을 줄이는 게 이익 늘리기에 더 효율적이란 전제다.
구매란 게 간단히 말하면 돈 주고 필요한 물건 사는 거죠. 제조업이라면 부품이나 소모재를 조달하는 수단이고요. 이걸 전산화해 투명화, 효율화하는 방식을 전자구매(e-procurement)라 부르죠. 요청, 입찰, 계약, 정산, 납품까지 웹에서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구매, 재고 비용도 최적화해 줍니다. 기업들이 전자구매 시스템을 일반화, 고도화하면서 전략적 구매가 필요하단 인식이 생겼죠. 조달이 그냥 물건을 사는 절차라 비용 덩어리였다는 과거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애플도 중시한 SCM, 구매가 핵심
전략구매 개념은 다른 기업 활동과 마찬가지로 구매과정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와 제반 절차에 대한 고도화를 수행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팀 쿡이 애플 COO로 있을 때 SCM전문가 역량을 발휘해 생산부문 협력사 수를 세자리에서 두자리수로 줄이고 이익율을 끌어올린 일화도 전략적 구매의 한 사례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부품 공급사 선정과 관리, 구매절차정립, 조직구성과 시스템 구축까지 아우르는 업무 수행으로 구매업무를 실행하는 것이다. 전략구매를 위한 CPO역할 개념은 일반화가 덜 됐지만 애플이 SCM 최적화를 위해 내린 의사결정은 그런 전문임원의 역할에 해당한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CPO 개념이 2000년 이후에야 생겼는데, 등장한 의미가 크죠. 전체 SCM 운영 정책상 중요한 영역을 맡는 자리니까요. 가트너같은 조사업체는 글로벌기업들의 구매분야 의제를 조사해 만드는 'CPO아젠다'같은 보고서도 내요. 이런 분야에 신경을 쓰는 기업들은 작은 규모에서라도 보통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두고 큰 조직이면 CPO 자리를 만들죠. 생산, 물류, 재무쪽까지 힘을 쓸 수 있어야 하거든요. 과거 기업들이 본부장급 임원을 SCM 담당에 앉혔는데 이러면 비용을 최적화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요약하면 SCM 가치사슬에서 조달이나 물류 영역에 비해 구매분야에 요구되는 역할이 커져 CPO라는 직책이 대두됐다는 얘기다. 다만 모든 기업들이 그 중요성에 공감하는 단계는 아닌 모양이다. 한 대기업 제조사는 몇년 전 임명한 외국인 출신 CPO를 SCM 총괄 임원으로 뒀다가 최근 그를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례는 종전처럼 의사결정 순위가 상대적으로 덜한 직책으로 권한이 축소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SCM 전체 최적화를 위해 내부 조직간 조율과 외부 협력사들과의 상생이 필연적이라고 김 본부장은 강조했다.
■통합과 효율화를 위한 상생
일단 국내서 최적화하고 통합해 자체 효율과 생산성 높이는 건 웬만큼 이뤘어요. 문제는 글로벌 단위로 넘어가면 단절된다는 점이죠. 요새 다국적기업화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추세는 글로벌 통합이에요. SCM에서 연동되는 협력사와의 관계에 대한 가치도 함께 높아졌죠. 정보 동기화와 상호 협업이 중요하니까요. 협력사 경쟁력을 높여야 SCM경쟁력이 높아진다, 이게 2002년도 포스코 그룹이 도입한 공급사관계관리(SRM) 개념입니다. 기존 '윈윈'같은 뜬구름잡는 구호가 아니죠. SRM 사상이 구매SCM중에서도 구매 분야 핵심역량 높이기에 필요한 협력사 발전을 같이 도모하잔 거예요. 파트너들에게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생산설비와 프로세스 혁신도 돕고요.
포스코패밀리 글로벌 통합구매시스템, LG전자 GP시스템, 삼성전자의 구매일류화프로젝트 등이 같은 흐름에 속한다. 김 본부장은 대기업들이 전략구매와 구매SCM을 통한 비용최적화와 프로세스혁신에 눈을 뜬 것은 엠로가 지난 2000년 SCM 가치사슬을 통합하기 위한 '통합SRM' 개념을 들고 나왔던 시점과 맞물린다고 묘사했다. 엠로는 IT기술 발전에 따른 구매기능의 고도화 흐름에도 대응중이다. 가격관리, 과학적 입찰, 통계기반 분석, 계약시점의 규제를 반영할 수 있는 전략구매시스템 등이 그런 사례다.
아모레퍼시픽은 생산에 관련된 정보를 1차, 2차 협력사뿐아니라 3차수준까지 동기화하는 협업정보시스템을 갖췄어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구매와 협업을 연계하는 구매협업 통합 포털을 구성했고요. 두산인프라코어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브라질 등 글로벌통합을 이룬 전형적인 SRM 모범사례죠. 물론 상생은 시스템 구축뿐아니라 그에 참여하는 협력사들에 실질적인 이익도 돌아가야죠. 포스코가 파트너 대상으로 실행중인 성과공유제가 그런 점에서 잘하고 있죠.
■상생이 품질을 좌우한다
김 본부장은 협력과 상생을 통한 경쟁력 높이기에 더불어 구매 실무에 앞선 단계의 비용관리와 분석 부분에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 전사적 자원 관리(ERP) 솔루션에서도 구현된 기능이지만 구매 측면에서 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그는 평했다. 이는 기존 ERP를 구축한 기업들을 상대로 구매SCM 제품 공급과 구축을 해온 이력과 무관치 않다. 회사는 전자구매 고도화를 위한 분석 솔루션을 단일 모듈이 아니라 별도 제품으로 내놓기 위해 준비중이다.
관련기사
- 엠로 'SRM 집중'…새해 매출 400억 정조준2012.04.27
- 엠로, 구매 SCM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2012.04.27
- 엠로, KT 유무선 통합 구매 솔루션 구축2012.04.27
- 엠로, 포스코 그룹 10개사 통합SRM 구축2012.04.27
전자구매와 ERP를 엮어 얘기할 경우도 많은데 ERP는 말 그대로 자원 관리일 뿐이고 구매기능부문으로는 상당히 약하죠. ERP에 구매 관련 모듈이 있더라도 전문솔루션을 확장기능 붙이는 형태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요. 이달부터 진행하는 국내 한 기업 통합구매시스템도 그렇고요. 국내 분산시스템 통합하고 중국으로 확산시키는 사례인데요. 이런 흐름에 분석이 중요합니다.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와는 좀 달라요. 전체 구매체계 흐름을 모니터링과 측정으로 정형화해 병목이나 리스크 유발 가능성을 예측하고 의사결정에 대응하게 해주는 시스템이죠.
솔루션에 투입되는 엠로의 노하우는 포스코 구매본부에서 12년을 일한 김 본부장과 지난 2000년 당시 창립멤버들의 경험에서 나온다. 인력 12명짜리 컨설팅전문회사로 시작해 30명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3년도 잠시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그 즈음 산업분야 전문지식과 컨설팅 노하우에 기반한 IT솔루션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2005년 송재민 현 대표의 인수합병을 통해 전자구매와 구매SCM솔루션 개발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는 구매부문 토털솔루션 회사로 안정화됐다고 자평한다. 그가 1분기 실적으로 짐작하는 올 상반기 실적은 전년대비 20%이상 성장이다. B2B시장규모가 연중 최대라는 4분기보다 1분기가 더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