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무선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사업에 때 아닌 ‘와이브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재난망을 구축하는데 경제성을 외면한 채 자가망 구축을 고집하면서다.
재난망 구축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정부부처의 통신망을 통합한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사업이 행안부로 이관되면서 재추진되는 사업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재난망을 상용서비스망 이용이 아닌 자가망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사실상 테트라(Tetra)를 이용한 재난망 구축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4월부터 재난망 통신기술방식 모집 공고를 내고 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통해 기술검증을 실시했으며, 지난달 테트라와 와이브로를 자가망 구축에 적합한 기술로 선정했다.
기술검증에는 ▲와이브로(KT) ▲와이브로+테트라+WCDMA(SK텔레콤) ▲테트라(KT네트웍스) ▲테트라(리노스) ▲아이덴(KT파워텔) 등이 제안돼 이중 테트라와 와이브로가 최종 추천됐다.
■주파수도 없이 와이브로를 재난망?
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 업계에서는 와이브로를 테트라와 함께 선정한 이유가 테트라를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행안부가 와이브로의 경우 700MHz 대역을 이용해 자가망을 구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700MHz 대역은 내년 12월31일 아날로그TV방송이 종료돼야 유휴대역으로 확보가 가능하다. 또 방송과 통신업계에서 첨예하게 확보 논리를 펴고 있고 때문에 아직까지 사용처가 정해지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행안부의 의도대로 700MHz 대역을 재난망에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재난망에 700MHz 대역을 할당할 만큼 주파수의 여유가 없어 상용망 활용을 권유하고 있다.■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는다?
업계에서는 행안부가 자가망 구축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대고 있다. 제안된 기술 중 아이덴의 경우 약 5천억원으로 재난망 구축이 가능해 경제성이 가장 우수함에도, 구축비용이 2배가 넘는 테트라와 와이브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를 이용해 자가망을 구축할 경우 약 1조2천4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안부가 경제성이 우수한 아이덴을 제외한 이유로 비표준화를 꼽았지만 이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표준기술이란 이유로 선택된 테트라의 경우 프로토콜이 공개돼 있지 않아 이기종 장비와 연동이 불가해 특정업체의 독점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장비의 단독 공급으로 인한 단말·장비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무선통신시스템의 연동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정업체의 장비를 선정할 수밖에 없어 가격협상 및 독점방지를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던 사항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사업추진의 부당성과 경제성확보 미흡 등을 이유로 추진방식의 재검토를 지시했음에도, 3년이 지나 행안부가 이를 다시 밀어붙이려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행안부가 지난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조사에서는 단말의 내구연한을 5년으로 해 투자비를 산출했는데, 올해 기술검증에서는 이를 9년으로 늘려 테트라의 투자비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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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과거 KDI의 타당성 조사 때처럼 테트라의 단말 내구연한을 5년으로 반영할 경우 약 2천억원의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재난망이나 재난시설·설비는 평시에 활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기존 상용망을 활용해 위기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상식”이라며 “보통 지하상가나 지하보도를 전시에 대피소로 활용하는 것이지 전쟁 날 지 모른다고 전국에 대피소를 짓자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