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텍비젼, 세계최고속 스마트폰 칩 야망

[IT코리아의 힘 반도체]

일반입력 :2011/11/03 08:17    수정: 2011/11/03 14:20

손경호 기자

[3] 엠텍비젼

■권토중래를 꿈꾼다

4년 후인 2015년이면 2.0GHz, 또는 그 이상의 스마트폰·태블릿용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이 한국에서 나온다.

엠텍비젼은 국내 팹리스 기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베이스밴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기존 팹리스가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삼성·퀄컴·애플·엔비디아 등에 대항하는 AP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엠텍비젼만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로드맵에는 늦어도 2015년까지 2.0GHz 쿼드코어 AP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스마트폰용 AP사업을 계속한다는 전략을 유지한 채 전술을 바꿨다. 대규모 자금과 인력 운영비, 만만치 않은 팹 이용 비용 탓에 대기업과 공동노선을 펼치 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발표된 미래선도산업기술 IT융·복합 과제에 선정된 LG전자와 엠텍비젼,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솔라시아 등은 LTE기반 칩 상용화를 목표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엠텍비젼은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비용부담을 줄이면서도 스마트폰용 AP개발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대신 이 기업은 중간 이행단계로 기존의 800만 화소 카메라시그널프로세서(CSP), 근거리무선통신(NFC)칩, 블랙박스용 모바일멀티미디어프로세서(MMP) 등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중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엠텍비젼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말을 믿고 키코에 가입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적도 있다. 그동안 독자기술력으로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했던 금액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성민 사장은 올해 말부터 두고 보자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키코로 인한 손실은 모두 만회했고, 연말에는 판교테크노밸리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연구시설을 확보하는 동시에 800억원의 자산증가효과가 기대된다. 800만 화소 CSP와 NFC칩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상용화 예정이다.

엠텍비젼은 궁극적으로 소셜네트워크를 모두 아우르는 칩과 솔루션을 공급하는 ‘글로벌 팹리스’로 거듭나기 위해 권토중래(捲土重來)하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R&D

중소벤처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의 원천은 연구개발(R&D)에서부터 나온다. 더구나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에게 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엠텍비젼은 키코 사태와 글로벌 대기업의 AP 공세에도 기술에 대한 투자를 놓지 않았다. 전체 직원 241명 중 연구개발 인력은 약 70%에 달한다. 또한 최근 3년간 주요연구과제만 해도 13개 이른다.

이 업체는 국내·외를 포함해 총 822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중 553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미지 처리 분야가 137개로 가장 많고, 이밖에 멀티미디어·무선통신·센서·메모리 및 패키징 분야 등에서도 다수의 특허를 등록해 놓았다. 중소기업들은 보통 이미 일반화된 특허기술에 자사 고유의 아이디어를 더해 제품을 출시하는 형태로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회사에게 특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핵심자산이다. 엠텍비젼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핵심 칩 중 하나는 먼저 800만 화소급 카메라시그널프로세서(CSP)를 들 수 있다. 이 칩은 영상 및 이미지 왜곡을 수정하고, 손떨림 보정 기능, 얼굴인식·동작인식 기능 등을 지원한다. 기존에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은 대부분 이 기능을 담당하는 칩을 탑재하고 있다.

엠텍비젼은 300만 화소급 CSP로 이미 시장을 휩쓸었던 기억이 있다. 올 연말에 출시예정인 800만 화소급 CSP(제품명 MV93XX)는 주요 대상 제품군에 애플 아이폰 시리즈가 거론됐을 정도로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다고 이성민 사장은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는 근거리무선통신(NFC)칩이 있다. 갤럭시S2에 탑재되면서 관심이 모아졌던 NFC칩은 일반적으로 10cm 이내의 근거리무선통신을 지원하는 칩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나 기기 간 통신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엠텍비젼은 NFC(제품명 AMEE3)를 이용해 무선 결제나 데이터 교환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LG·SKT·애플 등이 주요 고객사로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이 시장은 NXP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같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탓에 국내 업체들이 국내에서 개발한 칩을 사용할 경우 수출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엠텍비젼은 전망했다.

이밖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11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자동차 후방카메라 제품에 탑재된 영상인식 칩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칩은 보행자와 물체를 인식해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기존 MMP(제품명 MV8XX)는 영상·오디오·모바일 TV등을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반도체로 올해 매출의 절반 이상인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차량용 블랙박스에 탑재된다.

■엠텍비젼, SNS 아우르는 솔루션 회사로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스마트폰용 AP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앞으로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고객사들이 단순히 칩만 공급하는 회사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대신 AP의 경우 칩에 더해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를 위한 소프트웨어 등 관련 솔루션을 함께 제공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성민 사장은 국내 모 대기업과 스마트폰용 AP 공동개발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에 필요한 기술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됐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칩을 기기에 맞게 최적화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CSP는 2일, MMP는 7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AP는 다르더군요. 길게는 180일까지 시간이 소모되다보니 대기업에 비해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벅찼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1년 간 제품 개발 및 최적화작업을 마무리한 뒤 고객사가 요청할 경우 7일 이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그 이상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문제를 정부국책과제나 대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묘책으로 내놓았다.

자회사인 MTH가 만든 베이스밴드와 엠텍비젼이 만든 AP를 통합한 칩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LG가 주요 세트업체로 참여하다보니 일반 비즈니스 관계에서처럼 모든 기술지원을 엠텍비젼이 하는 것이 아니라 R&D전략기획단의 자금에 더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동부하이텍 등 주요 국내 업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또한 AP 독자기술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SK텔레콤과 함께 SK엠텍이라는 중국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저가형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AP와 같은 칩을 SKT 자본을 통해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성민 사장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엠텍비젼의 미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솔루션 업체다. 그는 “NFC나 CSP 등도 결국에는 이러한 소셜커뮤니티 세계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이 분야에 필요한 모든 칩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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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올 연말에 이전할 판교테크노밸리 신 사옥은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먼저 NFC기능을 활용해 사내 식당용 식권을 없애버리고, 점심시간보다 훨씬 전에 미리 스마트폰을 이용해 메뉴를 정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시험해 볼 생각이다. 그는 “내년 6월까지는 우리 회사의 칩과 관련 솔루션을 (신 사옥에서) 체험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SNS라는) 새로운 시장을 보면 설레고, 아직까지 꿈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안에는 뭔가가 터질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