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 뭐기에...블랙베리 신화 ‘와르르’

일반입력 :2011/07/26 09:52    수정: 2011/07/27 08:36

김태정 기자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추락에 속도가 붙었다. 삼성전자-애플에 점유율과 핵심 인재들을 뺏기고, 고위 임원까지 포함한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내세워 북미를 휩쓸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애플에 시장 지분을 잔뜩 내주고 생존까지 위협받는 모습이다.

■대량 감원, 임원들 삼성行

25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RIM은 지난 달 사임한 돈 모리슨 최고운영책임(COO)의 후임으로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토스텐 하인스와 조직 운영을 맡는 짐 로완 등을 내정했다. 회사 측은 모리슨의 사임 이유를 ‘건강 악화’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실적 하락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알려졌다.

오는 9월에는 전체 인원의 10%가 넘는 2천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초강수의 생존 전략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애플과 비교된다. 회사 위기를 감지한 핵심 임원들은 줄줄이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아프리카 지역 마케팅을 담당한 디온 리벤버그 이사, 디지털마케팅 담당 브라이언 월라스 이사 등이 최근 ‘삼성맨’이 됐다.

모토로라 출신의 리벤버그 이사의 경우 지난 4년간 RIM을 지켜왔으나 삼성전자의 구애 작전, 블랙베리 부진 등이 겹치면서 결심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현재의 RIM은 삼성전자-애플과 맞서 싸울 핵심 인재들을 잡아 둘 여력이 없다”며 “다른 임직원들 역시 동요가 크다”거 설명했다.

올 1분기 블랙베리 판매량은 1천320만대로 전 분기 1천490만대 대비 13% 줄었다. 20%를 넘었던 스마트폰 시장 내 점유율도 1분기 13.4% 까지 추락, 삼성전자(12.2%)의 역전이 임박했다.

최근에는 연간 순익 전망을 기존 7.50달러에서 주당 5.25~6달러로 하향 조정, 시장전문가 전망치 6.24달러를 밑돌았다.

■“월가도 등 돌렸다”

RIM의 텃밭은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기업 시장. 다루기가 다소 어려워도 모바일 오피스에 특화된 블랙베리는 기업 리더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블랙베리 마니아다.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애플 공세에 RIM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무엇보다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를 고집하면서도 애플리케이션 마켓 ‘블랙베리 앱월드’를 크게 키우지 않았다. 이달 현재 블랙베리 애플리케이션은 고작 3만개 수준. 수십만 단위를 오가는 애플 앱스토어와 비교 자체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믿었던 기업 고객들마저 삼성전자-애플 제품을 앞 다퉈 도입하면서 RIM은 큰 타격을 받았다. 블랙베리를 키웠던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최근 아이폰이나 갤럭시로 사내 모바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유행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애플 아이패드를 잡겠다고 내놓은 태블릿 ‘플레이북’이 출시 후 3개월 동안 초도물량 50만대도 소진하지 못하는 등 굴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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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은 내달 15일 2분기 실적 발표 때 보다 구체적인 회사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RIM의 명가 재건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짐 발실리 RIM 최고경영자(CEO)는 “판매량 저하는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