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2천만 가구 중 유료방송 가입자가 1천900만에 가깝다.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 없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정작 국민들이 디지털 방송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면 누구를 위한 디지털 전환인지 의문이 든다.”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1 디지털케이블TV쇼’ 둘째 날 열린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의 성과를 분석하며 “케이블TV가 배제된 디지털 전환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창수 KCTV제주방송 사장은 “디지털 신호로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디지털 전환인지 국민 입장에서 디지털로 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디지털 전환의 의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하며 “케이블TV를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의 보완재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디지털 전환 시범지역 중 하나로 오는 6월29일을 기해 아날로그 방송 신호 송출이 중단될 예정이다. 현재 계획 대비 37% 전환을 완료한 상태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송출 전 단계까지 지상파 방송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8천억에 이르지만 1년 8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방송사들이 이를 구축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케이블 방송도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 목표를 전체 가입자 1천500만 가구 중 700~800만을 예상했지만 500만이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의 목표로 잡은 시청자 복지, 산업 활성화, 주파수 효율화 등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는 전체가구의 약 10%에 불과한 반면, 유료방송을 통한 간접수신 세대가 전체가구의 약 90%에 이르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케이블TV 가입자가 80%에 이르는 1천500만 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케이블방송을 보편적 서비스로 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최성진 교수는 “지상파방송에서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유료방송에 대한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과연 전 국민의 80%가 보는 케이블 방송이 보편적 서비스의 역무를 벗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도 “케이블 방송은 설비와 수단 측면에서 보편적 서비스를 일부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시청자들에게 방송 시청 수단을 확보 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지적을 반영해 현재 방통위 차원에서는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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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반에서는 케이블TV 아날로그 상품 가입자 보호 방안과 아날로그 방송 송출 종료 이후 케이블TV 아날로그 상품 유지 기간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시청각 장애인의 시청권 보호 방안과 HD 프로그램 방영 확대를 통한 서비스 질 개선 등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2012년 말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함께 케이블TV 시청자들의 시청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내며 범국가적 디지털전환 활성화를 위한 케이블TV의 상호보완적 역할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디지털 전환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