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 베어그릴스 "내 이야기 좀 들어볼래?"

일반입력 :2011/04/19 16:24    수정: 2011/04/19 17:59

김동현

다큐멘터리 대표 채널 디스커버리채널에서 5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방송이 있다. 실제 특수부대 출신의 베어 그릴스라는 남자가 나와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인간 대 자연’(Man VS Wild)가 그것이다.

2006년도에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영국 21 SAS 대원으로 활약하다 은퇴한 베어 그릴스가 아마존, 산맥, 사막 등 난감한 오지에서 각종 생존 수단을 보여주며 전 세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각종 생존 지식은 물론 영화처럼 긴장하게 만드는 여러 장면 때문.

스카이다이빙은 기본, 음식이 없으면 뱀부터 거미 등 보이는데로 전부 잡아먹고 수분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소변을 먹는 일도 나온다. 그가 사서 고생하는 장면만 모은 이 영상은 진정한 다큐멘터리의 재미는 물론 대자연의 웅장함 앞에 맞서는 인간의 대단함을 느끼게 해준다.

화끈한 영상미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인간 대 자연’이 플레이스테이션3(PS3)용 게임으로 등장했다. 베이 그릴스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멋진 찬스가 왔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과연 얼마만큼 웅장한 모험을 그려냈을까.

■그래픽이 다소 좀 떨어지는데? 하지만…

이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그래픽 수준에 당황하게 된다. 워낙 원작 다큐멘터리가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기에 더 그럴 수도 있다. 특히 캐릭터로 태어난 베어 그릴스의 모습은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이런 걱정은 눈녹듯 사라진다. 다소 둔탁해보이는 그래픽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는데는 오히려 부담이 없어 좋고 동물들의 모습이나 사물의 모습도 그럭저럭 괜찮다. 수면이나 일부 장면들은 꽤나 멋진 연출이 더해 볼만하다.

움직임은 사실적이다. 처음엔 어색한듯한 느낌이 들지만 불을 만드는 장면이나 암벽을 오르는 장면, 그리고 곰의 공격을 피해 급하게 도망가는 장면 등은 실제 베어 그릴스를 보는 것처럼 멋지다. 이중 암벽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리는 모습 등은 이용자를 깜짝 놀래게 만들기 충분하다.

그리고 베어 그릴스의 고생이 느껴지는 효과도 더해져 있다. 물에 빠지면 옷이 축축해지고 이 상태에서 언덕을 구르거나 암벽을 오르면 옷에 먼지가 끼어 더러워진다. 물론 베어 그릴스 머리나 얼굴도 예외는 없다. 한 스테이지를 30분 정도하면 정말 베어 그릴스가 고생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실제 게임 해보니…이거 재미있는데?!

만약 스크린샷 몇 장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해 ‘별로인데’ 라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생각을 다시 해보는 것이 좋다. 막상 이 게임 해보니 게임성도 좋고 특유의 생존에 대한 부분을 잘 살려서 모험을 즐기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다.

암벽을 타고 가는 도중 돌부리가 부러지면서 아슬아슬하게 한 팔로 매달리거나 뱀의 공격을 피해 뒤걸음 치는 모습, 그리고 절벽에서 강가로 뛰어내리는 장면 등은 ‘인간 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이용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특히 첫 에피소드인 산맥 부분에서 접할 수 있는 절벽 낙하 장면은 스릴 넘치는 재미를 준다. 실제로 기자도 이 부분에서는 ‘우와!’라는 탄성을 질렀을 정도다.(하필 이때 뒤에 그리즐리 베어가 쫓아와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또한 생존을 위한 불 만들기, 물 구하기, 생선 잡기, 풀과 나무로 텐트 만들기 등은 각각 다른 형태의 미니 게임을 연속적으로 즐기는 재미를 준다. 과정들이 처음엔 조금 어려운 느낌이 들지만 익숙해지면 정말 베어 그릴스처럼 멋지게 처리할 수 있다.

■게임보다 더 신나는 풍성한 콘텐츠!

이렇게 신나는 모험을 즐기다 보면 어느 새 풍성한 콘텐츠가 쌓이게 된다. 게임 내 결과물에 따라 각종 영상과 사진, 컨셉 아트 등이 풀리게 되는데 이 내용도 상당히 많고 재미있다.

아마 ‘인간 대 자연’ 팬들이라면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내용들 위주지만 그의 활약을 잘 모르는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많은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다.

특히 영상들은 그가 왜 ‘생존왕’ 또는 생존 종결자라는 이야기를 듣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일인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멋지게 살아나고 오히려 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숨겨진 콘텐츠는 동일한 행동을 성공하면 얻을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맨손으로 생선 잡기에 성공하면 해당 영상도 열린다. 사진들은 특정 공간에 가면 나온다.

■아아…그런데 버그가 많아요!

의외의 장점과 재미를 주는 이 게임의 몇 안되는 단점은 난감한 버그들과 다소 어렵다는 점이다. 진행 과정에서 겪게 되는 버그는 꽤나 골치 아픈 것들이 많아서 당황스럽다.

우선 국내판만 이러는 것인지 모르지만 메뉴에서 버튼들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영상은 괜찮지만 사진 보기에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다. 이 버그는 여러 차례 확인해봤는데 매번 그랬다. 결국 PS3를 종료한 후 다시 시작해야됐다.

또한 게임 내 일부 공간에서는 제대로 동작이 나오지 않거나 오브젝트 중 일부가 가끔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오지 않는 일도 있다. 물론 이 버그들은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게임 자체가 쉽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진행에 필요한 부분은 체크 포인트로 표시를 해주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용자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잘 모를 때가 생긴다.

그러다 보니 몇몇 부분에서는 짜증이 대거 생긴다. 좀 더 손쉽게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고 생존 노트에 자세한 진행 과정을 보여줬다면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재미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비폭력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탐험이 가진 그리고 원작이 주는 특유의 재미를 잘 살렸다. 조금 어설프게 느껴지는 베어 그릴스의 음성이 어느 새 흥미진진하게 들릴 정도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