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개발사는 왜 눈앞 '대어' 안 잡을까?

일반입력 :2011/02/03 15:06    수정: 2011/02/03 15:36

김동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화인 것도 사실이다’

한 증권사 직원의 말이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이 멀티 플랫폼화로 떠들썩한 요즘,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는 명성이 아깝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작년 규모는 1조2천5백4십억 달러다. 이중 비디오 게임은 전체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 약 2.5배 이상이며, 아케이드나 PC 게임 시장보다 월등히 높다.

이런 비디오 게임 시장은 최근 다운로드 콘텐츠 시장 활성화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 ‘넥스트 제너레이션 포터블’과 닌텐도 3DS 등의 가세로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큰 시장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콘솔 및 휴대용 게임 산업 진출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북미나 유럽 시장의 온라인 게임 시장 참여로 더욱 좁아진 곳에서 계속 나눠먹겠다는 심산이다.

북미와 유럽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참여한 이유는 비디오 게임이나 모바일, 아케이드 등의 시장이 아닌 신규 시장 돌파로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함이다.

물론 북미나 유럽의 도전이 시장 활성화 및 규모 성장 등 여러 가지 이점을 만들어내겠지만 아무런 대응책이 없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크나큰 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게임의 ‘테라’나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게임은 이미 해외 시장 내에서도 큰 주목을 사고 있다. 그러나 북미나 유럽의 게임 개발력은 상상 이상의 발전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리프트 온라인’을 개발 중인 트라이온월드의 라스버틀러 대표는 “북미와 유럽의 온라인 게임 개발력은 향후 몇 년 이내 아시아 게임 산업의 개발력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중국 게임 시장은 이미 국내 시장 규모를 훌쩍 넘어섰으며, 엄청난 개발력은 전 세계 내에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는 부분. 여기에 기획력이 갖춰지면 1위 아성은 한동안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게임 산업은 ‘사면초가’(四面楚歌)로 보고 있다. 이미 선행 업체에게 밀려버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물론 비디오 게임이나 휴대용 게임 시장 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포화는 일찍부터 대두됐던 문제였다”며 “개발사들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을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국적 콘솔 업체들이 국내 게임 개발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국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개발 세미나는 물론, 개발 소스 제공 등 여러 혜택을 제공 중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플레이스테이션 미팅 2011’에 참가한 카와우치 시로 SCEK 대표는 한국의 우수 개발력이 온라인 게임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전개되길 희망한다는 말을 남겼다.

자사의 새로운 플랫폼 ‘NGP’의 홍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소셜 및 온라인 기능에 특화된 국내 개발력이 타 플랫폼에서 더욱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망이 더해진 것. 한국MS의 송진호 이사 역시 한국 개발자들의 ‘X박스 라이브 아케이드’ 시장 참여를 원했다.

마켓플레이어스는 비용 부담이 큰 콘솔 게임이 시도해볼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이라고 말한 송 이사는 “X박스 라이브 아케이드 게임은 젊은 한국의 개발자들이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MS의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2천5백만 명이 넘는 X박스 라이브 골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마켓플레이어스에서는 상위 1~10위권 내 게임들은 많게는 수백, 적게도 몇 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정 회원 6천5백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서비스(PSN)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통해 판매되는 게임 중 ‘미니’라는 명칭의 게임들은 앱스토어 못지않은 판매 열기로 뜨겁다. 이 게임들은 앱스토어 급의 캐주얼 게임들로 채워져 있음에도 저렴한 가격대로 이용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SCE는 안드로이드 시장 참여를 선언하면서 국내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대폭 향상 시켰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나 게임 개발력만 있어도 신규 플랫폼 시장 내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와우치 시로 SCEK 대표는 “한국의 개발자들이 한 개의 플랫폼에 전념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발전하고 변화하는 여러 플랫폼에 맞춰 기술력을 선보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