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직적 규제 체계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규제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수직적 규제나 수평적 규제냐 하는 논의 방식에서 벗어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구분하는 새로운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8일 개최한 ‘방통융합과 세계 주요국의 미디어지형 변화’ 심포지엄에서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에게는 관대한 규제를 적용해 성장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의 예를 들며 “수직적인 규제 체계를 유지하면서 분쟁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미세하게 조정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면서 “수평적 규제 체계 도입보다 기존 미디어와 새로 등장하는 미디어로 나눠 규제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등장하는 미디어에는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 이유로 “기존 사업자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새로 등장한 미디어도 그런 폐해를 일으킬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국회에서 기술과 사회의 발전상을 예상해 정책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FCC가 자체적으로 법률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며 “향후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지 예측할 수 없다면 그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2기 방통위 출범을 앞두고 개최된 이번 심포지엄은 방송통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영국·독일·프랑스·미국·일본 등 5개국의 방송통신융합 환경을 분석하고 한국의 미디어정책 수립에 있어 정책적 시사점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방통위 설립에 모델이 된 미국의 FCC와 방송통신정책 특성을 분석한 조 연구원의 발표는 정부 규제당국의 중장기 정책 제시와 수평적 규제 체계 도입을 주문하던 목소리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올해 스마트TV, 종합편성채널,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등 방송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방송통신 사업자에게 기존 사업자에 해당하는 것보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발언은 주목된다.
반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과 일본 등은 미국과 달리 정부 주도의 정책 로드맵을 갖추고 방송통신융합에 대응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3년 오프콤(ofcom)이 설립되면서 강력한 규제 체계를 갖추고 디지털 영국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프랑스도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경제 종합 정책인 ‘프랑스 2012’ 계획을 통해 중장기 정책을 마련 중이다. 일본 역시 정부주도의 강력한 미디어 컨버전스 정책을 시행 중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일본은 기술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와 정부부처 간 주도권 다툼과 정책 및 법제도 정비를 무력화 시키는 정치적 압력 등 외적 변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후진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서 “때문에 정부가 확고한 정책적인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컨버전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황주성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의 방통융합 사례를 모아 방통융합국민위원회 설립, 공영방송 경쟁력 강화, 디지털 코리아 기획위원회 설립을 통한 디지털화 등을 2기 방통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제시된 주요 선진국의 방통융합 사례와 정책 과제들이 올 3월 출범할 2기 방통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실행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