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은 THQ코리아, 코에이테크모코리아의 잇따른 철수와 복제, 중고 논란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매년 성장 중이라는 정부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지난 2002년 시작된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은 크게 웃은 적이 없다.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지만 규모는 확장되지 않았고 잘나가던 플레이스테이션2와 위(Wii)는 불법 복제로 얼룩졌다.
타이틀 판매량은 하락세고 기대를 받는 대작도 몇 천 장 판매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다 보니 일부 관계자들은 ‘끝났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대책 없는 비디오 게임 시장? ‘희망은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종사자는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이 핀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용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업계 전체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용자들이 중고 타이틀을 구매하는 것도 불법 복제를 쓰는 것도, 정품을 구입하는 것도 이용자들의 선택이기에 시장의 성장에 대한 핑계를 그들에게 대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불법 복제나 중고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체에서 시장 성장에 대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것보다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중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의 허와 실을 논하는 것은 시장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대중화’로 가는 길, 어렵지만 꼭 해내야…
비디오 게임 시장이 올해 반등을 노리기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비디오 게임은 국내 게임 산업 내에서 전체 8%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56%가 넘는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기 때문이다.
5천억 원 규모의 시장이지만 올해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의 활성화 때문에 모바일 시장에게 밀릴 수도 있다는 평가다.
게임 전문가들은 “불법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전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올해 비디오 게임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대중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비디오 게임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시도들이 여러 차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특히 공영, 케이블 방송을 활용한 미디어 광고는 꼭 필요하다는 것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닌텐도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 광고는 큰 효과를 이끌어냈을 정도다. 작년 위(Wii)는 2백만 대, 닌텐도DS는 3백5십만 대가 팔렸다. 이는 타 게임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지만 미디어 광고를 통해 가족 단위 이용자들에게 건전한 게임문화를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이 컸다는 게 업계전문가의 설명이다.
또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나 정기적인 신작 발표회 등도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이용자는 “국내 비디오 게임들은 인터넷이 아니면 정보를 접할 수 없다”며 “매년 구입하는 마니아들이 아닌 대중을 대상으로 한 행사들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의 예로 지난 ‘지스타2010’ 행사를 들 수 있다. 5년 만에 참가한 소니(SCEK)와 마이크로소프트(MS) 부스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 결과 ‘키넥트’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의 판매량 및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법과 제도보다는 성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관련 업계는 정부의 지원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게임 관련법은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저작권이나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는 법과 게임 출시에 대한 부담을 줄여 타이틀 가격 하락과 품질 향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이용자들이 중고 타이틀 사용 및 불법 게임 이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야 시장 전체가 성장하고 지금보다 나아진 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눈치를 보면서 게임 타이틀을 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타이틀을 선보여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길 희망한다”며 “작년보다 나은 올해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는 비디오 게임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