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지냈던 2010년이 지나고 신묘년(辛卯年)이 찾아왔다. 지난해 갖은 규제와 부정적인 사건사고들로 움츠렸던 업계는 토끼해인 새해를 맞아 지난해보다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특히 올해는 한게임에서 서비스할 예정인 ‘테라’를 필두로 대작게임 공개서비스가 줄줄이 예고돼있다. 지난해에 이어 웹게임과 소셜게임 열풍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어느 플랫폼보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내 오픈마켓 자율 심의안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이 통과되면 모바일시장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달 31일 단행된 개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면서 게임업계는 또 다른 변화를 맞게 됐다. 무엇보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수장이 바뀐다는 점에서 업계는 시장 변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거침없던 M&A 폭풍, 숨 고르나
지난해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인수합병(M&A) 진통을 앓았다. 넥슨은 엔도어즈와 게임하이 등을, 엔씨소프트는 넥스트플레이를 품에 안았다. NHN과 CJ인터넷은 각각 와이즈캣, 호프아일랜드를 인수했다.
또한 네오위즈게임즈가 씨알스페이스를, 위메이드는 조이맥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대형 M&A가 줄을 이었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선 이유는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시장 선점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도 M&A 유행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루라도 빨리 국내외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경쟁력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이미 검증된 개발력과 상품을 사들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형 게임사들이 중소 게임개발사들을 먹어치우며 게임 업계 지도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게임시장이 개성을 잃고 대형 퍼블리셔 위주로 획일화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는 집약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게임사에게 매력적인 카드다”면서도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더이상 잠재력 높은 M&A 대상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2011년 태블릿이 대세…게임도 ‘탭(Tap)’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된 태블릿PC는 1년도 채 안 돼 전 세계적으로 2천100만대가 팔렸다. 美시장조사기관은 올해 태블릿PC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6천500만대로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태블릿PC의 열풍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힘을 더한다.
무엇보다 태블릿PC의 등장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용 게임을 개발 중인 국내 개발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 회사인 컴투스와 게임빌은 각각 ‘홈런배틀3D’와 ‘베이스볼 슈퍼스타즈HD’를 태블릿PC버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대형 퍼블리셔들도 태블릿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넥슨은 올해 ‘2012: 서울’ ‘카트라이더 러시’ 등의 태블릿 기반 게임을 출시한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위메이드크리에이티브를 통해 ‘펫츠’와 ‘마스터 오브 디펜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또한 마작게임 ‘작룡문’의 아이패드 버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장르의 태블릿PC 게임이 홍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다양한 플랫폼에 빨리 대응하는 것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일”이라며 “단지 화면 크기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태블릿PC만의 특성과 수요자들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입체 3D 게임, 닌텐도3DS가 ‘선봉장’
지난해 이른바 ‘아바타 쇼크’가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했던 입체 3D 열풍이 다소 주춤했다. 국내서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입체 3D TV가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콘텐츠 확보 부족으로 반쪽 성공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새해를 맞은 게임업계는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한 입체 3D 게임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별도의 하드웨어(안경, 그래픽 카드 등)를 구입해야한다는 불편함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입체 3D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가 저렴한 가격에 나오지 않으면 시장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닌텐도가 업계 최초로 입체형 ‘닌텐도 3DS’를 출시해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닌텐도3DS는 전용 안경 없이 입체 3D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이 제품은 닌텐도 DS이후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닌텐도의 야심작으로 오는 8일 닌텐도 월드 2011에서 공개된다.
■韓中 웹게임·소셜게임 신풍속…올해도 ‘쭉~’
지난해엔 한국과 중국에서 웹게임 신풍속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족전쟁’ ‘칠룡전설’ 등으로 시작된 국내 웹게임 열풍은 ‘열혈삼국’ ‘무림영웅’ ‘삼국지존’ 등으로 지속됐다.
넥슨이 자회사 엔도어즈를 통해 3D 그래픽 기반으로 제작 중인 웹게임 ‘삼국지를 품다’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웹게임 시장의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웹게임 시장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문출판총서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웹게임 시장 규모는 12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50% 성장했으며 내년 성장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밝은 전망치에 샨다, 넷이즈, 거인네트워크 등 중국 대형 온라인게임 기업들은 잇달아 웹게임을 자체 개발하거나 공동 운영하고 있다. 후난위성TV나 베이징방송국 등 방송사들도 이미 웹게임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러한 웹게임 돌풍은 소셜게임(SNG)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미 중국에서는 웹 게임 이용자 중 88%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게임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웹게임과 소셜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이용양상이 늘고 있는 것.
소셜게임 시장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올해 소셜게임이 더욱 꽃을 피울 것이란 게 업계전문가의 설명. 여러 게임사들이 소셜게임 시장에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서다.
넥슨은 소셜 게임 개발사 붐뱅게임스(스페인)의 지분 32%를 확보하고 판타지닷컴(미국)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위메이드크리에이티브를 통해 태블릿PC기반 소셜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CJ인터넷 또한 중소 소셜 게임사를 인수해 소셜 게임 시장 진출에 팔을 걷어 붙였다.
■대작 경쟁 향연에 “게임 이용자들 신난다!”
올해도 역시 연례 행사처럼 대작 온라인 게임이 속속 등장한다. 가장 먼저 이용자 품에 안기는 대작은 블루홀스튜디오(대표 김강석)가 개발하고 한게임(대표 정욱)이 서비스하는 ‘테라’다.
테라는 200여명의 개발인력이 4년 동안 4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만든 초호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이 게임은 지난해 지스타서 확 달라진 프리타케팅 시스템을 선보여 이용자의 호평을 얻었으며,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오는 11일 공개시범서비스(OBT)를 시작한다.
송재경표 MMORPG로 주목받은 ‘아키에이지’ 또한 3, 4월경 3차 비공개시범서비스(CBT)가 예정돼있다. 공개시범서비스는 오는 11월쯤 시작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의 차기 블록버스터 MMORPG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서비스 일정은 미정이지만 올해 기대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문화부 장관에 정병국 의원 내정…업계는 ‘환영’
지난달 31일 단행된 개각으로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 후임에는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내정됐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현재 3선 의원이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장관 내정자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가 평소 일관되게 문화 산업 진흥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된 여가부·문화부의 게임 산업 이중규제였다. 업계는 게임산업 진흥과 규제를 지도하고 있는 문화부에 게임산업 역사와 생태계 구조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여가부가 곁다리를 걸쳤다는 비판을 줄곧 쏟아냈다.
정 장관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청소년보호법을 통한 문화산업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주최해 “청소년 보호라는 전제 하에 건강한 콘텐츠를 생산해내야 하는 의무는 당연하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언적 의미의 청보법이 실질적인 효과 거둘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정치권이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보여왔다. 향후 정 장관 내정자가 게임산업 규제의 고삐를 죈 정부에 과감히 ‘직언(直言)’할 것에 업계가 기대를 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