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블랙옵스’가 나오지 않았다면 올해 단연 최고의 FPS 게임에 이름을 올린 타이틀은 일렉트로닉아츠(EA)의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가 차지하지 않았을까. 올해 초에 등장한 이 타이틀은 원작 ‘배틀필드’ 시리즈의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상반기 시장을 평정했다.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의 장점은 필드 내 사물들의 파괴로 인해 전투 자체의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는 점이다. 예전 게임들은 적이 사물 뒤나 건물 속에 있으면 아무리 강한 무기가 있다고 해도 제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게임은 건물 속에 있으면 건물 자체를 무너뜨려 적을 제압할 수 있고 총의 성능에 따라 사물을 뚫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게임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하면서도 전투 자체의 묘미를 높였다는 점이 이 게임의 평가를 높였다.

이런 특징을 가진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의 확장 팩이 최근 출시됐다. 베트남을 소재로 제작된 이 확장 팩은 새로운 무기와 아이템, 5개의 신규 맵, 그리고 새로워진 게임 성으로 출시 이후 많은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것도 단돈 1만6천원 밖에 안 되는 가격에 말이다.
■풍성한 볼륨, 원작 못지않은 재미 갖췄다
확장 팩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 베트남’은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를 내세운 북베트남이 미국의 비호를 받는 남베트남과 치른 제2차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이용자는 북베트남군이나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이 돼 5개의 전장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기존 현대전을 배경으로 했던 원작과 달리 이번 확장 팩은 베트남전 당시의 무기와 시대 배경, 그리고 배경 음악 등을 사용해 과거의 느낌을 잘 살렸으며, 철저한 고증을 통한 무기들이 등장, 밀리터리 마니아들을 자극하고 있다.
무기는 그때 당시 주력으로 사용되던 M-14를 비롯해 농가를 태울 수 있는 화염 방사기, 분대 지원화기 바(BAR) 기관총, 지상 탱크 격파용 M72 LAW, 베트남전의 상징이라고 불린 ‘UH-1H 헬기’ 등 20여종의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베트남군의 주력화기인 AK47을 비롯해 든든한 후방 버팀목 T-34/85 전차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 무기들은 성능과 특징들을 자세히 반영했기 때문에 미군과 북베트남군의 느낌 차이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북베트남이 열세하는 점은 아니다.)
맵의 모습으로 잘 재현됐다. 그때 당시 농촌 위주였던 베트남의 풍경을 잘 살려 넓은 개활지가 많이 등장하고 나무로 제작된 베트남 민가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특히 베트남 특유의 나무나 지형의 표현을 잘 살려 원작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무기의 성능보다 군인의 능력을 더 살린 게임
이 게임의 전투 양상은 원작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와 다르다. 기존 게임은 탑승 장비의 화력 지원과 함께 저격총 등 성능이 좋은 총기 위주의 전투가 이루어졌다면, 확장 팩은 전차의 진격 이후 돌격병이 마무리하는 형태가 강하다.

전장은 좁아지는 지형과 넓은 개활지가 겹치는 형태를 주로 띠고 있다. 덕분에 기존 1인칭 슈팅 게임 맵들보다 지형의 특징을 활용한 돌격 형태의 전투가 많이 발생하며, 빠른 전투 진행 속도를 느끼게 해준다.
인상 깊은 점은 탑승 장비들의 적당한 밸런스다. 게임 속 전차들은 뛰어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의외의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일반 보병들에게 취약하다는 점이다. 일반 병사들은 전차의 뒤를 잡을 경우 전차에 올라타 폭탄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
이 기능 때문에 전차는 좁은 시야 내에서 최대한 경계를 하면서 이동해야 하며, 해당 부대 역시 무리해서 진격해 뒤를 내줄 경우 주력 화기인 전차를 손쉽게 잃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배틀필드’ 시리즈가 런처 등의 화기가 없을 때 탑승 장비에 밀리는 양상을 줄인 것이다.
헬기 또한 마찬가지다. 게임 내에 있는 모든 헬기들은 강력한 공격력과 탁월한 이동력을 자랑하지만 소총에도 손쉽게 데미지를 입는다는 약점이 존재해 무리하게 보병을 공략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공격보다는 견제 위주로 움직여야 한다.
또한 탑승 장비 대신 언덕을 무대로 한 맵도 존재해 백병전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이 맵이 가장 베트남전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본다. 특히 참호 속에 있는 베트남군을 화염 방사기로 공략하는 과정은 원작에서 느끼지 못한 색다른 재미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성향 때문에 일부 맵에서는 람보 스타일의 이용자가 출현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그렇다고 해서 밸런스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노출하는 것은 아니다. 장비보다는 개인의 실력에 초점을 맞춰 생긴 게임성의 변화일 뿐이다.

■싱글 플레이의 부재, 연습 모드라도 있었다면…
이런 다양한 매력을 가진 확장 팩이지만 아쉬운 부분들은 있다. 내심 기대했던 싱글 모드나 연습 모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저렴한 가격에 나왔기에 어떻게 보면 욕심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별 다른 연습도 없이 무작정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큰 부담이 아닐까.
그리고 5개 밖에 되지 않는 맵은 오랜 시간 플레이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편이고 기존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와 멀티플레이 계급이 호환 되지 않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기존 멀티플레이를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베트남으로 넘어오면 다시 처음부터 성장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확장 팩이 원작과 완전히 달라진 게임성과 재미를 준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하루 빨리 신규 맵과 새로운 모드 등이 오픈돼 이용자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