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을 비추면 그곳에 길이...'에코크롬2'

일반입력 :2010/12/27 10:59

김동현

2008년 3월 ‘무한회랑’(에코크롬)이 첫 선을 보였을 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신선하다’였다.

지형을 어떻게 움직이고 가리는가에 따라 주인공인 ‘캐스트’가 탈출한다는 이 게임의 설정은 기존 퍼즐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 색다른 형태를 개척했다는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뒤이어 올해 2월 출시된 또한 ‘무한’의 스핀오프 작품 ‘에코쉬프트’는 과거의 자신의 움직임과 현재의 자신이 협력해 난관을 헤쳐 나간다는 설정은 ‘무한’ 시리즈의 독특함을 극대화 시켰다는 이용자 및 언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물론 이 두 개의 게임이 퍼즐 시장에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퍼즐 게임의 고급화와 두뇌를 자극하는 유희의 수준 향상이 얼마만큼의 이용자들을 만족 시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 잘 보여준 사례로 손꼽히게 됐다.

그리고 이달 23일 더욱 탄탄해진 ‘무한회랑2’(에코크롬2)가 출시됐다. 전작들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 동작인식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를 더한 이 게임은 그림자와 사물의 결합으로 기존 퍼즐 게임의 노선을 벗어난 신 개념 유희를 표방하고 있다.

■무브를 손전등 삼아 비추면 길이 열린다

이 게임의 모티브는 무브 컨트롤러를 손전등처럼 잡고 화면에 비추면 그 속에 있는 사물에 그림자가 생기고 어떻게 각도를 하는가에 따라 길이 열린다는 설정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보면 그림자 게임을 생각하면 된다. 곁 보기에 사물은 주인공인 ‘캐스트’가 통과할 수 없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손전등을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면 그림자가 생기게 돼 통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 보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매우 간단한 규칙이다. 초반에 만날 수 있는 퍼즐들은 적당히 타이밍에 맞춰 무브를 움직이면 풀리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요소는 더 있다. 바로 그림자 아트. 이 게임의 사물들을 단순히 퍼즐 형태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에 따라 어떤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 모양들은 글자가 되기도 하고 스마일 마크나 동물들의 모습도 된다.

또한 이 모든 퍼즐들은 2명이 함께 즐길 수 있게 구성돼 있다. 한 명은 도형의 움직임을 한 명은 손전등 역할을 해 좀 더 빠르게 ‘캐스트’가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을 모르는 이용자들에게 더 좋다

이 게임은 초반부터 중반, 그리고 후반부로 나눠지며 엄청난 두뇌 유희를 이끌어낸다. 초반에는 “쉽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막상 중반만 넘어가도 시간 및 여러 가지 난제로 인해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성격이 급하거나 게임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게임의 유희는 기다림과 색다른 시도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이 게임을 즐기는 동안 여러 차례 좌절을 경험했다. 초반 다소 쉬운 난이도에 방심한 나머지 중반부터는 약간의 짜증이 동반됐다. 막상 여유 있게 즐기고 싶었지만 게임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오히려 게임에 대한 지식이 적은 주변인들은 이 퍼즐 문제를 더 쉽게 풀어냈다. 여유 있게 잡담도 즐기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가볍게 손전등을 움직여 ‘캐스트’를 탈출 시켰다. 수많은 게임 경력보다는 가볍게 사물을 볼 수 있는 생각이 더 필요했다.

■초심으로 여유 있게 즐겨야 제 맛인 ‘무한회랑2’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게임을 아는 사람들에게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게임을 떠나 외적인 생각으로 이 퍼즐을 접하면 정말 다른 신세계가 보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무한회랑2’는 단순한 퍼즐 게임이 아니다. 탄탄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아트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의 귀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배경 음악에 완수 이후 만날 수 있는 멋진 결과물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