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거품이 가라앉고 있던 10년전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유학 생활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30대 초반의 엔지니어들이 창업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류동식 대표와 임헌욱 상무, 방건동 상무가 창업의 주역들. 아이템은 대단히 생소하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게 없는 공급망 관리(SCM) 솔루션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과 게임이 벤처를 대표하던 시절. SCM이 주목을 끌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져 보였다. 무명(?) 벤처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토종 SCM 업체 자이오넥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무명 벤처 생활은 시작부터 고생이었다.
국내 벤처 환경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초반부터 어려움이 많았어요. 내부 인력을 빼낸 뒤 경쟁 회사를 창업하고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속이 많이 상했지만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MIT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에서 제대로된 벤처를 만들어보자는 꿈을 키웠던 류동식 대표가 말하는 자이오넥스 창업 초창기의 모습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속상한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 허무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단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초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덤속으로 들어갔지만 자이오넥스는 다른 길을 걸었다.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라밖에서도 인정받는 상황이 됐다. 일본 자스닥 상장 업체인 컴텍과 합작 법인을 설립했고 일본 대형 제조 업체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개가를 올렸다.
국내서도 인상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i2테크놀로지, SAP, 오라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SW업체들의 틈바구니속에서도 LG디스플레이, LG전자,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테크윈, SK C&C, 현대중공업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SCM과 물류 부문 발전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고생끝에 낙이 왔다'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나름 의미있는 10년을 보냈다고 할 수 있겠다. 류 대표는 자이오넥스에게 다가온 다음 10년의 키워드로 넓이보다는 깊이를 내걸었다. 덩치가 큰 회사보다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꿈꾸는 SCM 업체 CEO의 향후 포부가 궁금해진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스피드 경영을 해야 합니다. 자이오넥스 역할은 국내 기업들이 스피드 경험을 할 수 있는 SCM 솔루션을 컨설팅하고 구축해주는 거죠. 향후 SCM 시장은 대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중견 기업 시장이 커질 것입니다. 내년에는 솔루션과 컨설팅 시장 모두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요. 국냐는 물론 일본과 중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자이오넥스는 최근 SCM을 넘어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솔루션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아라스가 제공하는 오픈소스 기반 PLM 솔루션 '아라스 이노베이터'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