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게임학부, 주인공은 ‘젊은 그대’

일반입력 :2010/12/15 13:17    수정: 2011/01/22 21:15

전하나 기자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동·식물 종의 보존 상태 리스트, 적색목록(RED LIST)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게임 플레이어가 직접 구해낸다는 설정이다.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박신혜㉕ 학생의 졸업작품이다.

4학년 1학기 지도교수의 첫 수업 시간에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음식, 동물, 패턴에 이르기까지 평소에 관심 있던 것들을 교수 앞에서 시연했고, 교수의 피드백과 첨언이 핑퐁처럼 오갔다. 그는 이 작품을 열두 번의 진땀나는 프리젠테이션 후 얻어진 값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홍대 게임학부를 아우르는 키워드 : ‘젊음’과 ‘예술’ 그리고 ‘工학’

지난 2002년 신설된 홍익대 게임학부는 아직 채 10년이 되지 않은 ‘젊은’ 학과다. 게임소프트웨어와 게임그래픽디자인이라는 두 전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학과 예술학 전공이 함께 있는 단일학부는 홍익대학교가 유일하다.

이 학과 학과장인 백철호 교수는 “게임은 공학과 예술학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미디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각 계열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게임 제작에 참여해 큰 시너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너지란 전문성을 완벽하게 갖춘 각각의 분야가 부딪칠 때 발휘되는 것. 그래서인지 두 과는 제각기의 개성을 갖춘 교육 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게임그래픽디자인전공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그래픽, 인터랙션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 복합적인 요소를 지닌 게임 디자인 분야에 특성화된 디자인 교육이 중심이다. 디자인의 기본 소양, 드로잉 등 기본 교육 과정은 물론 본격적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수업을 통해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학습 과정도 마련했다.

게임소프트웨어 전공은 기초 전산학과 프로그래밍 실무 위주의 교육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시간 그래픽스 기술, 인공 지능 기술, 게임 엔진 활용, 게임 서버 프로그래밍, 모바일 프로그래밍 등의 전반적인 게임 제작 프로세스를 제시해 실제적인 기술과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홍익대 게임학부만의 강점은 실무를 두루 경험한 교수진이다. 현직에서 겪은 것을 토대로 구성된 탄탄한 수업안은 학생들의 자랑거리. 현직을 겸하고 있는 전임교수도 눈에 띈다.

강신진 교수(게임소프트웨어 전공)는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 기획에 참여했고, 현재 모바일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특한 이력의 강 교수는 “대학과 기업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기업에 젊은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실제로 학생들의 작품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삼아 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게임학부…‘플러스 인문학’

백철호 교수는 “예술학과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기 위한 방안을 단계적으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고민의 첫번째 결과물이 에세이 장학 시험이다. 일반적으로 장학금은 우수한 성적순으로 부여된다. 하지만 홍대 게임학부에서는 인문학 에세이 제출을 조건으로 장학금 자격 권한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셈을 잘 한다고 해서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된다”며 “홍대 게임학부가 지향하는 것은 인문학을 바탕삼아 예술과 공학적 로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학과 방침은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레 공부하는 분위기를 퍼뜨렸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르는 것을 공유하고 알아가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학업성적이 우수한 고학년 학생을 멘토 삼은 저학년 학생이 수업과 학과 생활에 도움 받는 멘토링 제도가 대표적이다. 학과 운영진들은 이들과 현업에 종사하는 선배들을 연결하는 ‘듀얼 멘토링’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학기 중에 저녁 6시 이후 비는 전공 강의실에서 수업처럼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학술 세미나도 있다. 학기 시작 전, 전공 별로 참여 인원을 신청 받고 학생이 직접 선생이 돼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차시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학기에 09학번 정성규 진예지 학생은 1학년을 대상으로 각각 매주 화요일, 목요일을 맡아 ‘C언어 프로그래밍’을 9주차에 나눠 가르쳤다.

정직한 홍대 게임학부 학생회장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한다는 것이 게임학부 학생들의 가장 큰 자부심인만큼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학부 분위기를 토대로 수상실적이나 취업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