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열풍이 던진 메시지중 하나는 SW가 대단히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만 잘만든다고해서 휴대폰 시장에서 힘을 쓰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었다. SW가 받쳐주지 못하는 하드웨어는 앙꼬없는 찐빵일 뿐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신드롬, 하드웨어에만 의존하던 회사들의 부침은 높아진 SW파워를 상징한다. 모바일 시장은 이제 SW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급진적인 얘기도 들린다. 바야흐로 SW가 IT를 휩쓸고 있다.
모바일 열풍은 변방에 머물러 있던 오픈소스SW의 전략적 가치도 크게 끌어올렸다. 하드웨어 업체들이 SW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오픈소스는 확률높은 승부수로 급부상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오픈소스는 그럴듯한 대안을 넘어 대세론을 타기 시작했다.
멀리 갈것도 없다.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애플 아이폰 대항마란 꼬리표를 달고 데뷔한 안드로이드는 어느새 시장 지배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던 2007년 당시만 해도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2008년 시장에 나온지 2년만에 안드로이드는 애플과 쌍벽을 이루는 모바일 플랫폼 반열에 올라섰다. 스마트폰 대권 레이스에서 테이프를 늦게 끊은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S를 앞세워 애플을 향해 견제구 다운 견제구를 던질 수 있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콤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동안 미국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23.5%로 집계됐다. 이전 3개월(17%)보다 6.5%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애플의 iOS의 경우 24.6%로 아직까지 안드로이드보다 점유율이 높긴 했지만 그전 3개월(23.8%)와 비교하면 두 플랫폼간 격차는 좁혀졌다. 숫자만 놓고보면 애플 아이폰은 안드로이드에 머잖아 역전당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열풍은 오픈소스라는 정체성과 무관치 않다.
안드로이드는 누구나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또 무료로 쓸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를 이끄는 구글은 애플과의 경쟁을 버거워하는 대다수 스마트폰 업체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에게 오픈소스로서의 안드로이드가 매력적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이는 드물다. 삼성전자에서 안드로이드는 이미 가장 중량감있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로이드는 아파치2.0 라이선스아래 무료로 제공된다.
아파치2.0 라이선스하에 제조 업체들은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고친 뒤 다시 커뮤니티에 공개해야할 의무가 없다. 삼성전자든 LG전자든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수정하고, 이를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게된 것이다.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모비젠의 허광남 팀장은 제조사 입장에서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것은 각자 상황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고 말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라는 점은 기회다. 모바일앱 개발 업체 소셜앤모바일의 박성서 대표는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인 만큼, 누구에게도 개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OS외에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들도 오픈소스여서, 개발자들이 필요할 경우 가져다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 생산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국내 IT업계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은 수요가 공급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와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가 지난 8월 개설한 OLC센터(Open Source Software Learning Community Center) 과정에서도 안드로이드 관련 교육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오픈소스 기반 모바일 플랫폼 열풍은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과 스마트TV 시장까지 덮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이미 애플 아이패드를 견제할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내년초를 기점으로 구글과 애플간 태블릿 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텔레비전으로 불리는 스마트TV 시장도 안드로이드 영향권에 들어섰다. 구글이 선보인 스마트TV 플랫폼 구글TV는 아직은 미완의 대기이지만 텔레비전의 미래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블릿과 스마트TV 시장에서 대권을 노리는 한국 IT업계 입장에서 오픈소스 기반 모바일 플랫폼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진 셈이다. 오픈소스와 담을 쌓고서는 하드웨어 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기업과 정부 차원의 투자 확대가 요구되는 이유다.
고건 서울대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제 스마트폰과 TV, 자동차에도 SW가 필요한 시점인데,시스템SW 내부 설계를 하지 못하면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오픈소스SW를 활용해 고급 시스템SW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외에 오픈소스 기반 모바일 플랫폼으로는 '리모'와 '미고' 등이 시장에 나와 있다. 두 플랫폼은 아직 주류 플랫폼은 아니지만 구글과 애플 견제 차원에서 전략적 가치는 있다는 평가다.
특히 리모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중 하나로 검토할 것이란 얘기가 있어, 국내 IT업계와 인연이 깊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고'도 거함 인텔과 노키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모바일 플랫폼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은 내년에도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가리지않고 접전이 예상된다. '싸움의 판'은 더욱 커질 것이다. 플랫폼을 둘러싼 업체간 사활건 경쟁도 심화될 것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애플리케이션 혁신'이 춤을 출 것이다. 오픈소스는 이같은 상황에서 중량감있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오픈소스는 국내 SW 개발자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과도 직결돼 있다. 고건 교수는 국내의 경우 소스코드를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시스템SW 인력들의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오픈소스를 통해 시스템SW 인력을 늘려야, IT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오픈소스는 비주류 IT패러다임이었다. 관심은 높았지만, 보급률 측면에서 마이너였을 뿐이다. 그러나 모바일 열풍과 함께 고정 관념은 뿌리채 흔들리는 양상이다. 오픈소스는 확실한 주류 IT패러다임으로 변신했다. 국내 IT업계가 오픈소스를 잘 활용할 경우 세계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터무니없는 시나리오같지는 않다. 만만치는 않지만 오픈소스가 주는 기회의 문은 점점 넓어지는 모습이다. 기업과 정부의 행보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발자들의 관심도 오픈소스로 쏠리고 있다. 2011년 모바일에 올라탄 오픈소스SW의 질주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