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콘솔 업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한 두번…

일반입력 :2010/12/13 17:29

김동현

지난달 29일 우리나라 비디오 게임 산업에 한축을 담당해온 THQ코리아가 철수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계속된 적자 행진과 국내 비디오 게임 산업의 하락세를 이기지 못한 본사의 결정으로 보인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기자 입장에서 THQ코리아 철수에 대한 입장은 “외양간 그만 고치자”다. 사실, 어떤 일이든 한계나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이 일로 무리한 비난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단계에서 이번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THQ코리아의 이번 철수 결정이 물을 넣으면 다 쏟아져 나와 버리는 밑 빠진 독 같은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의 쓸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남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국내 콘솔 시장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타이틀 판매가 적다보니 마케팅을 할 수 없고 자연스럽게 타이틀의 판매는 줄어들고, 가격은 오른다. 비싼 타이틀 구매가 어려운 이용자들은 불법이나 중고에 매진하게 되고, 수익이 없는 콘솔 업체는 무너진다.

 

타이틀 판매량은 대작 타이틀이라고 해도 겨우 몇 백장 수준이며 주객전도라는 말처럼 중고 게임 시장은 정품 게임 시장의 몇 배로 성장해서 산업을 흔들고 있다. 타이틀은 판매가 안 되는데 개발비는 천장부지 오르고 있는 상태에서 업체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90년대 콘솔 시장의 암흑기였던 시기에만 해도 이용자들은 “한글 타이틀 하나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자주했다. 알아 볼 수 없는 일본어 매뉴얼과 그때 당시 7~8만원을 호가하던 타이틀의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복사 타이틀을 쓰던 때에 하던 콘솔 게임 이용자들의 한숨 섞인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글화 타이틀도 많고 연간 230개의 비디오 게임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하드웨어도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불편하게 해외 결제를 해야 되는 일도 거의 없다. 비디오 게임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소 잃고 외양간도 여러 번 고쳤다. 이제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을 단순히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 자체로 인식하고 움직여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갑자기 게임을 사는데 돈을 쓰고 낯선 비디오 게임기를 거실에 가져다 놓는 일이 말이다. 그러나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한다면 예전에 병행 수입하면서 힘겹게 게임을 즐기던 일 대신 더 많은 타이틀을 저렴한 가격에 한글로 만날 수 있다.

 

누구를 탓하고 핑계를 되는 건 지금 필요하지 않다. 다만 변화를 시작해야 하는 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