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처음 등장한 ‘스플래터 하우스’(Splatter House) 시리즈는 과도한 폭력성과 괴기한 연출로 세간에 화제가 됐다. ‘13일의 금요일’ 영화로 잘 알려진 ‘제이슨’과 흡사한 가면을 쓴 사내가 저주로 물든 저택에 들어가 악마들과 싸운다는 설정 때문이다.
설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인공이 악마를 사냥하기 위해 악마의 힘이 깃든 가면을 쓴다는 점이다. 다소 위선적인 이 설정은 게임이 가진 폭력성에 대한 정당한 이유 부여는 물론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부담감을 줄여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휘두르는 폭력. 이 폭력이 일반인이 아닌 악마들에게 가해진다는 점이 ‘스플래터 하우스’ 시리즈가 주목 받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떳떳하지 못한 힘을 쓰지만 이를 정의에 도입한다는 그런 묘한 설정, 그것에 이용자들이 열광했다는 것이다.

최근 리메이크 된 플레이스테이션3, X박스360용 ‘스플래터 하우스’는 이런 특징에 시나리오를 더한 액션 게임이다. 차세대 게임기로 느낄 수 있는 고화질의 그래픽과 한층 과감해진 잔혹 액션, 그리고 귀를 자극하는 헤비메탈 사운드와 적절한 성인 콘텐츠의 결합은 이 게임은 기대작 반열 올렸다.
■과감한 표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괴물의 집
이번 신작 ‘스플래터 하우스’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이 표현하고 싶었던 잔혹이라는 부분을 극대화 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이 잔인함에 초점을 두고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때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어중간한 작품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신작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확실하게 날려버렸다. 시종일관 화면에는 피가 난무하고 주인공의 공격에 적들이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도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연출된다. 특히 상대방을 잡아 끝장내는 이른바 ‘피니시’ 연출 부분은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잔인하다.
또한 주인공의 공격 자체가 워낙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액션 게임에 익숙한 이용자들이라면 스트레스 팍팍 풀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잔인한 무기들도 대거 나온다는 점과 적마다 달라지는 ‘피니시’ 연출도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이 과감한 표현에 재미를 더한 것이 바로 강력한 헤비메탈 사운드. 게임 내 배경음으로 나오는 이 음악들은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수준을 높였다. 덕분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타격감도 확실하게 느껴지고, 특정 보스 전에서는 이용자의 잔인한 본능을 꺼내는 역할까지 한다.
또한 남자들의 수집 욕을 자극하는 제니퍼 사진 모으기는 성인 게임 면모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진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17장 모두 꼭 모아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어려운 난이도, 이것도 원작의 특성 중 일부?
하지만 이 게임은 ‘진삼국무쌍’처럼 주먹만 휘두르다 보면 게임이 끝나는 형태는 아니다. 보스전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고, 일반 몬스터들도 다수로 몰려들면 감당하기 어렵다. 물론 이용자들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이 게임은 원작의 특성을 잘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작 시리즈는 사람 잡는 난이도로 유명했다. 별 거 아니게 생긴 적한테 허무하게 죽는 경우도 다반사고 보스전은 그야말로 경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이런 원작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고 하면 이 게임의 난이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 두 번 맞고 죽는 원작에 비하면 오히려 낮아졌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본다면 거창한 주인공의 외모에 비해 너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뭔가 쉽게 시원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반해 너무 높은 난이도는 스트레스 풀려고 즐기는 이용자 입장에서 오히려 스트레스 받는 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100% 달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용자들에게는 정말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악마보다 주인공이 더 무서운 게임 ‘스플래터 하우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자체가 별로라는 건 아니다. 선혈이 낭자되는 시원한 연출을 보고 있으면 절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귀를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헤비메탈 사운드도 즐겁다.
또한 게임 속에는 팬들의 배려해 원작 3편을 모두 탑재하고 있으며, 엔딩을 보면 자연스럽게 오픈되는 형태로 접할 수 있다. 리메이크 게임을 즐기다가 접해보는 원작은 추억의 향수는 물론 이 게임이 뜻하는 내용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라면 꼭 한 번 즐겨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