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학계 대부 “기능성게임, 황금시장 열린다”

일반입력 :2010/11/15 11:27    수정: 2010/11/15 15:21

전하나 기자

“만약 게임을 통해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는 2050년 대한민국은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국가에 진입한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 8명 중 1명이 치매라는 사실이다.

김경식 호서대학교 게임공학과 교수는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해법을 게임에서 찾고자 한다. 그는 지난해 대한민국게임인대상을 수상, 국내 기능성게임 연구의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기능성게임이란 일반적인 게임의 재미와 함께 치료, 교육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새로운 영역의 시장이다.

 “지금 노인들은 돈도 안 쓰고 컴퓨터도 모르지만, 10~20년 후에는 퇴직 세대가 주목할 만한 소비자로 급부상할 겁니다. 게임의 가장 특수한 속성이 간접체험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게임은 교육적 효과가 높은 미디어입니다.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 교수는 기능성게임을 기존 게임과는 분명하게 다른 영역으로 구분 지었다. 특히 그는 “기능성게임이 우리 게임 산업의 활로가 되고, 이르면 3년 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최근 들어 정부와 기업들은 기능성게임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기능성게임 시장을 5천억 원의 규모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8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NHN, 엔씨소프트, CJ인터넷, 한빛소프트 등 게임 대표 기업들도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기능성게임의 성공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게임 회사들은 기능성게임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맞바꿀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기능성게임 시장은 호황기를 맞은 걸까.

“지금 기능성게임은 시민, 정부, 업체 종사자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가 지원해준다니 좋고, 유익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기니 또 좋은 거죠. 도입기는 지났습니다. 오는 2011년부터는 기능성게임의 발전기라고 봐야 합니다. 이제는 쓸 만한 기능성게임이 나올 때죠. 역량 있고 책임질 수 있는 회사들이 결단해주는 것은 정말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김 교수는 기능성게임 개발에 있어 대학과 업체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고, 업체는 본제품을 만들어내는 구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업체들의 아이디어를 대학에서 파일럿테스트 하는 식의 연구가 많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아직 우리나라는 기능성게임에 대한 통합 연구 모델이 없다. 정부, 민간, 지자체가 제각각 제작과 지원을 맡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정부 주도로 기능성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역시 기능성게임 연구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가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다소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며 국내 시장의 저력을 확신했다. 하지만 기능성게임 연구가 확산돼야 하는 현 단계에서 무엇보다 펀드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02년에 역대 대통령들이 기부금 내고, 세금 보충해서 기능성게임을 지원하는 기금을 만들었어요. 유럽은 2007년에 정부와 대학들이 협력해 기능성게임연구소(SGI)를 만들었죠. 그에 비해 우리는 돈 없이 시작한 겁니다. 좋은 콘텐츠가 나오려면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으로선 좀 더 큰 규모의 펀드가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그가 제시한 기능성게임 활성화의 3단계는 이렇다. 먼저 앞서 말한 펀드다. 김 교수는 누가 펀드를 타던지 간에 좋은 목적으로 펀드가 다양하게 조성되고, 이에 따른 연구들이 많이 확산되길 바랐다. 다음 단계는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이뤄지고, 이와 함께 기능성게임이 사회구조에 안착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시스템화라고 칭했다. 기능성게임이 만들어지면 이것이 학교나 병원 등 자연스럽게 기관과 기업에 채택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능성게임이 전체 시스템 속에서 부속이 되면 마침내 산업화를 바라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능성게임이 창출할 수 있는 수익구조는 뭘까. 김 교수는 이를 장기적 관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년 이후의 시장을 보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김 교수가 말한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 최소한 10년은 걸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기능성게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매출에 대해서는 자신했다. “기능성게임을 필요로 하는 시장은 정착되고, 그동안 질 좋은 콘텐츠는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락실에 제 2의 전성기를 불러온 ‘DDR(댄스댄스 레볼루션)’이나 ‘펌프 잇 업’ 기억하시죠? 좋은 콘텐츠는 돈을 벌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경기가 어려운 미국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걸 보세요. 핵심은 콘텐츠에 있는 겁니다. 두고 보세요. 기능성게임은 10년 내 반드시 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