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zombie).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흔히 공포영화나 판타지 장르의 게임에서 부패한 시체가 되살아난 모습으로 묘사된다. 본래 주술적인 용어지만, 오늘날엔 악성코드나 감염자로 통한다.
최근 좀비가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먼저 TV 습격이다. 지난 6일 국내 방영된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는 미국에서 첫 방송에만 5백3십만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어느 마을 주민들과 좀비와의 사투를 그린다는 내용으로 이목을 모은 것. 소설도 넘나든다. 그동안 좀비는 외국 영화나 소설에서 다뤄지던 소재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좀비의 시간’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좀비들’ 등의 한국소설로도 등장해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이번엔 게임이다. 이른바 '좀비바이러스'라고 불리는 게임이 연일 화제다. 사실 좀비가 게임에 등장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기존 게임이 대개 좀비에 대항하는 내용이었다면,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게임은 게임 이용자가 직접 좀비가 된다는 것이 특징. 이용자가 직접 바이러스를 옮기고, 도시를 하나하나씩 파괴해 대륙을 정복해나가는 설정이다.
게임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이미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은 게임 커뮤니티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에 게임 화면을 설명하고, 직접 플레이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보고만 있어도 쉽게 빠져 든다” “재미로 시작했는데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의견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dnxxx'를 가진 이용자는 “좀비를 죽이는 건 재미없다. 내가 좀비가 돼 바이러스 옮는 게 재밌다. 이런 게임을 찾아 기쁘다”는 게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무분별한 게임 이용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마우스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해 누구나 간편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이 게임에서는 그래픽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자주 보인다. 이는 어린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다.
이 때문에 좀비 바이러스 게임을 둘러싼 설전이 뜨겁다. 영화·드라마·소설와 같이 게임 역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게임은 이용자가 시나리오 전개를 주도해나가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과몰입을 유발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좀비바이러스’와 같은 플래시 게임이 심의망을 빠져나가기 쉽다는 것. 플래시 게임은 제작방법이 손쉽기 때문에 개인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외국에서 만들어져 손쓸 새 없이 국내 포털에 한꺼번에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플래시 게임의 99%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에 대해 게임위 관계자는 “플래시 게임의 경우, 등급분류 신고를 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심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행법 상 명백한 등급심의 대상이지만 사후관리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