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하는 사이에 놓쳐버린 수작 ‘인슬레이브드’

일반입력 :2010/10/29 10:03

김동현

중국 명나라 시절에 등장한 서유기는 삼장법사와 그의 일행이 인도에 불경을 가지로 가면서 여러 가지 난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 등 독특한 캐릭터와 다양한 에피소드는 만화, 영화, 게임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변형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남코반다이파트너스에서 출시한 게임 ‘인슬레이브드’(Ensevald)도 서유기를 각색한 이야기로 주목을 받은 신작이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세상을 떠나 자유를 찾겠다는 내용과 연출을 강조한 어드벤처 요소들이 더해진 이 게임은 해외 시장 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개발사 ‘닌자씨어리’(Ninja Theory)는 ‘헤븐리소드’와 최근 출시 공개된 ‘데빌 메이 크라이5’의제작을 맡은 곳이다. ‘인슬레이브드’는 ‘닌자씨어리’의 개발력은 물론, 그들이 가진 독특한 상상을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기계 문명으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세상에서 자유를 찾아 달리는 미래 손오공의 모습을 확인해보자.

■ 기대 이상의 재미, 액션 어드벤처라면 이래야지…

‘인슬레이브드’의 첫 느낌은 ‘이런 게임이 있었어?’였다. 10월 경 출시됐지만 다른 게임들이 밀려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절한 마케팅만 더해졌다면 이 게임은 훨씬 많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았을 것 같다. 그만큼 이 게임의 재미는 좋다.

게임 속 주인공 ‘몽키’는 이름대로 손오공을 따온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가 열연했다. 실제로 모션 캡처를 모두 따왔기 때문에 게임 속 ‘몽키’의 움직임은 실제 사람처럼 부드럽다. 이는 주연인 ‘트립’(삼장법사)이나 ‘픽시’(저팔계)에게도 해당되는 부분.

게임의 주요 부분을 서유기에서 따왔기 때문에 게임 속에는 근두운이나 여의봉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러 요소가 좀 더 다른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자연과 멸망한 문명이 잘 어울려진 배경이다. 이 배경은 최근 나온 어떤 게임들과 비교 해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게임 진행 과정은 매 챕터마다 다양하게 진행된다. 거대한 기계 괴물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부터 주변에 있는 사물을 이용해 적을 처단하는 과정, 그리고 ‘트립’을 업고 달리는 장면 등은 꼭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것처럼 매번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여성으로 묘사된 삼장법사 ‘트립’을 들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주인공 ‘몽키’의 모습은 꽤나 애처로우면서도 서유기의 묘한 오버랩으로 인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 적절한 성장 시스템, 긴 플레이 타임.. 단점은 어디?

‘몽키’는 적절한 성장을 통해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능력치는 스태프나 여러 액션에 적용 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복잡해진 어드벤처 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다. ‘몽키’의 성장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트립’을 통해서만 할 수 있으며, 액션 자체가 늘어나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이 게임의 전반적인 과정은 너무 매끄럽다. 근거리, 장거리 전투부터 어드벤처 요소, 그리고 적절한 코믹 요소 등은 서유기의 또 다른 면모를 보는 것처럼 즐겁다. 플레이 시간도 풍성하다. 여유 있게 즐기면 10시간 이상 즐길 수 있고, 여러 도전 과제 덕분에 2회차 이상의 플레이도 해볼 만하다.

그러나 몇몇 단점은 눈에 띈다. 너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게임을 즐기는 도중 간간히 시점의 문제로 인해 고생할 때도 있으며, 너무 자주 떨어져 죽는 스테이지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준다. 실제로 이 게임은 적에게 공격당해 죽는 일보다 조작 실수로 떨어져 죽는 일이 더 많다.

그리고 꽤나 탄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문 자막으로 출시돼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푹 빠져서 즐기기 다소 어렵다. 물론 게임 자체가 탄탄해서 재미적인 측면은 확실히 보장되지만 이런 대작을 한글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큰 아쉬움이다.

■ 앗! 하는 사이에 놓쳤다고 포기 말고, 한 번 즐겨보자

‘인슬레이브드’는 정말 ‘앗’ 하는 사이에 국내 시장 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게임이 돼 버렸다. 게임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눈길을 끌기엔 조금 매력이 없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차티드2’처럼 흥미진진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잃는 건 아쉬운 일이 아닐까.

150년 후의 미래를 통해 다시 한 번 펼쳐지는 서유기 ‘인슬레이브드’를 통해 색다른 20세기손오공을 만나보자. 그리고 주인공 ‘몽키’가 꿈꾸는 자유를 찾는 여행에 동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