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국내 게임 업계도 훌쩍 변해버렸다. 게임 산업의 변방처럼 느껴졌던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온라인이라는 걸출한 환경을 만나, 고속 성장을 이뤘다.
문화 콘텐츠에서는 어느 새 수출 효자 상품이 됐고,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산업 등 신규 사업 등도 활발히 전개됐다.
산업만 변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꿈만 쫓던 개발자들은 대기업 부럽지 않은 좋은 환경 속에서 몇 백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벼락부자가 된 인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산업의 발전 속에서도 변화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중추이지만 잡부 취급을 면치 못했던 게임 운영자(Game Master·GM) 직업이 그것이다.

■ 게임 업계 잡부, 고생하지만 돌아오는 건 야근뿐...
사실, 게임 운영자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다. 게임 내에서 보면 하염없이 강해보이고 대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게임 운영자는 게임 내는 없어서 안 될 존재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달랐다. 대부분의 게임 운영자들은 ‘아르바이트’ 취급을 면치 못했다. 전문 기술이 필요 없다보니 아무나 할 수 있고, 야근이나 일반 정규직들이 하기엔 다소 껄끄러운 작업들이 많았다. 단순, 반복 작업들은 주말도 없이 이어졌고, 적은 월급에 퇴사자들이 속출했다.
지금은 환경의 개선들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사례는 줄어들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게임 운영자들은 불합리 속에서 힘겹게 산업을 지탱해왔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겨 기획자로 활동 중인 한 관계자는 “게임 하나만 보고 계속 하기엔 너무 힘들었다”며 “회사 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도 싫었지만, 이 직업 자체의 비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가장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게임 운영자들은 대부분 게임 산업을 떠나거나 소수만이 기획자나 다른 전문 직업으로 직업을 변경해 명맥을 이어갔다. 물론 일부 게임 운영자의 발전 및 변화를 위해 꾸준히 게임 운영자 직업을 맡기도 했지만 이는 정말 소수다.
■ 개발사들 “경력 운영자 모집.. 하늘에서 별 따기”
이런 상황들이 몇 년 이상 유지되면서 게임 업계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게임 운영을 오랜 시간 해온 경력직 운영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게임 업체 인사 담당자는 “기획자나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은 다양한 경력직을 구할 수 있지만 운영직은 대부분이 신입이고 그나마 입사자도 적어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나은 환경의 운영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산업을 경험한 경력직 운영자가 필수다. 신입이나 운영, 서비스 경험이 없는 직원이 담당하기엔 온라인 게임 산업 내에서는 서비스가 너무 중요해졌기 때문. 업체들은 계속적으로 줄어드는 운영자를 모시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야구 게임을 만드는 한 게임 업체는 운영 팀이 게임 내, 외 이벤트부터 마케팅 방향, 그리고 기획 및 QA 등 게임 운영자들의 활동 범위를 더욱 확대 시켰다. 이용자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 문제를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운영 팀에 대한 복지를 늘리는 업체들도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개발 중인 한 업체는 운영 팀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교대 후 취침이나 식사 등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운영 팀이 최상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 환경에 대한 준비를 착실하게 한 것.
평등을 통해 갈등을 줄이고 있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한 게임사는 게임 운영자들이 자칫 차별 대우를 받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 다른 직종의 사원들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에 대해 회사 전체가 이해하고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게임 운영자의 퇴사를 최소화 시켰다.
개발사들은 이 같은 환경 구성을 통해 운영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전문 직업이라는 인식을 높여 서비스 질의 강화부터 여러 가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 게임 운영자 전문 직업이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업체들이 운영자를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보상 및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 운영자에 대한 인식은 차갑다. 아직은 이 직업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모르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 운영자를 그만 둔 김 모 씨㉖는 “기획자를 시켜준다고 몇 년째 말을 듣고 있지만 정작 시켜주지 않고 있어 퇴사했다”며 “운영 팀이 어떤 일을 하던 아래 사람 취급하는 다른 개발자들의 모습도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게임 업계가 많은 발전을 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가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직업의 고른 발전이 필요하다.
게임 관계자들은 게임 운영자라는 직업을 게시판에 글만 올리는 사람으로 보기 보단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전문 직업의식을 가지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다면 정말 많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