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미래, 그 속의 진실 ‘폴아웃 : 뉴베가스’

일반입력 :2010/10/25 09:55

김동현

1997년 인터플레이(Interplay)에서 개발했던 턴 방식 게임 폴아웃(Fallout)은 핵전쟁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인류의 또 다른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이 게임은 방대한 이야기와 높은 자유로 1997년 유명 게임 매거진들이 선정한 올해의 역할수행게임(RPG)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플레이에서는 ‘폴아웃’ 1, 2편까지 개발하고 문을 닫았지만 ‘폴아웃’의 프랜차이즈를 구매한 베데스다(Bethesda)에서 부활을 발표, 3인칭 시점과 실시간 전투, 그리고 더욱 세밀하고 방대해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폴아웃3’(Fallout3)을 선보였다. 베데스다는 ‘엔더스크롤’(Elderscrolls) 시리즈로 유명한 개발사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폴아웃3’은 기존 ‘폴아웃’ 시리즈와는 너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일부 이용자들은 기존 ‘폴아웃’ 시리즈를 베데스다에서 망쳤다라고 지적할 정도로 게임은 많은 차이를 보였다. 물론 이 게임의 평가는 10점 만점에 9점대 평점을 기록하면서 차차 괜찮아졌지만 괴리감의 해소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리고 2010년 10월19일 베데스다는 더욱 진보된 자신들의 기술력에 예전 ‘폴아웃’ 개발자들과 힘을 합쳐 ‘폴아웃 : 뉴베가스’(Fallout : NEW VEGAS)를 X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3용으로 출시했다. ‘폴아웃3’의 출시 이후 2년만이다. 핵전쟁 이후 무너져버린 ‘베가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 핵으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도박의 도시

‘폴아웃 뉴베가스’는 베데스다에서 기술적인 지원만 했을 뿐 실제로는 옵시디안 엔터테인먼트(Obsidian)에서 만들었다. 전체적인 구성은 ‘폴아웃3’의 엔진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그래픽 기술이나 추가적인 일부 시스템이 들어간 것 외에는 시스템적으로는 큰 차이점이 없다.

실제로 게임을 처음 가동해보면 전작을 즐긴 사람이라면 약간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그래픽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해 보일뿐만 아니라 PC용과 비교해보면 너무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폴아웃 : 뉴베가스’의 그래픽은 작은 변화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폴아웃 뉴베가스’는 그야말로 엄청난 게임이다. 전작에서 느껴진 전투의 답답함은 최소화 됐고, 동료들을 모아서 다수의 적을 상대할 수 있으며, 80시간 이상의 진행 시간을 자랑하는 방대한 이야기는 한동안 수많은 이용자들을 멸망해버린 도박의 도시에 잡아둘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전작의 문제는 깔끔하게 해소됐다. 시작부터 다양한 임무는 물론 더욱 그럴싸해진 공간들이 대거 등장, 볼거리와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 임무도 온라인 게임처럼 가볍게 시작해 다양해지는 형태이며, 복잡한 과정들을 최소화 시켜 누구나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자유도가 더욱 상승했다는 점이다. 초반부터 거의 제한 없이 여러 지역을 탐사할 수 있으며, 중요 임무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도 작은 임무들은 큰 제약 없이 즐겨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원하면 마을 전체의 인물들을 화끈한 화력으로 모두 제거할 수도 있다.

전투도 대폭 간결해졌다. 기존에 전투가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나 약점 집중 공략이라는 다소 복잡했던 구성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부분이 간소화됐다. 적들의 인공 지능이 좀 더 좋아졌기 때문에 그냥 막 잡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응 자체가 쉬워진 점은 전작이 어렵다고 느낀 이용자들에게는 희소식으로 느껴진다.

■ 좀 더 어렵게, 실제 환경과 동일한 ‘하드코어 모드’

물론 초보자나 역할수행 게임에 약한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신작은 총기 개조 모드와 함께 ‘하드코어 모드’가 추가됐는데, 이로 인해 좀 더 마니악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총기 개조는 기존에 업그레이드 형태의 발전 형태로 두 가지 이상의 총기를 여러 형태로 혼합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전작이 단순히 총을 구하는 것에 급급했다면 이번 총기 개조는 역할수행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기 강화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실제 핵전쟁 이후 환경에서 사는 것처럼 철저함을 느낄 수 있는 ‘하드코어 모드’가 도입돼 이용자들을 괴롭힌다. 이 모드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자칫 잘못하면 죽는다는 것이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체력은 저하는 물론 쉽게 죽어버리게 되고, 적들과 교전은 신중하게 치러야 한다.

특히 적들은 이용자보다 더욱 빠르게 주변을 탐색하기 때문에 생각 없이 이동하면 바로 뉴베가스의 찬 바닥에 눕게 된다. 회복이나 게임스러운 부분들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극한의 진행을 원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 인기작 ‘폴아웃2’의 기운이 느껴진다

‘폴아웃 : 뉴베가스’ 총평을 한다면 역할수행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무조건 구입할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탄탄한 세계관과 액션성이 강해진 전투, 성장의 재미와 함께 무기 조합을 이용한 색다른 발전, 마지막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뉴베가스의 하루는 이용자를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이 게임은 엄청난 영문 텍스트는 영어에 약한 사용자들을 질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웬만한 영어 수준이 아니라면 “사전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는 연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게임을 한글로 즐기지 못하는 건 꽤나 억울한 일이지만 올해를 장식할 몇 안 되는 명작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즐겨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