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한방!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2’

일반입력 :2010/10/22 10:01    수정: 2010/10/22 10:01

김동현

1984년 일본의 만화 잡지 소년 점프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드래곤볼’은 '에스컬레이터' 식 소년 만화의 기초를 다진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에스컬레이터는 단계별로 올라간다는 뜻의 만화 장르를 뜻한다)

전 세계 2억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에네르기파’ ‘초사이언’ 신드롬을 일으켰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끈 이 작품은 소년의 성장을 토대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싸워 나가는 속 시원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드래곤볼’ 신드롬으로 인해 90년대는 아류작들의 홍수였다. 전투와 성장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살린 만화들로 인해 만화 잡지들은 인기를 얻었지만, 얼마 안 돼 시장 포화로 인해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얼마 안 돼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일본에는 드라마나 스포츠 주제의 만화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중 1999년 처음 연재를 시작한 ‘나루토’는 ‘드래곤볼’ 식의 전개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은 만화다. 한 닌자 소년의 성장을 그린 이 만화는 ‘원피스’와 함께 일본 만화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잡았으며, 전 세계 수천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 됐다.

그리고 2000년대에 ‘나루토’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속속 등장했다. 특히 게임은 휴대용, 가정용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특유의 캐릭터성은 역할수행 게임(RPG)부터 격투, 액션 게임 등 여러 장르에서 ‘나루토’라는 소재를 빛나게 해줬다.

플레이스테이션3, X박스360용으로 나온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2’는 10개 이상 출시된 ‘나루토’ 게임 시리즈의 가장 최근 게임이다. 이미 전작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으로 개발력을 인정받은 사이버커넥트2(Cyber Connect2)가 개발을 맡았으며, 멀티 플랫폼으로 등장, 더 많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압도적인 연출! 만화-영화-게임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다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2’는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 현란한 연출로 이용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꼭 고화질 만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다. 초반에 만날 수 있는 카카시 선생과의 대결에서 사쿠라와 나루토가 보여주는 합동 공격이나 카카시의 수룡탄, 사스케의 치도리 등 인술 장면은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멋지다.

이런 인술 연출은 단순히 멋을 보여주는 형태를 떠나 인터액티브 기능이 더해져 있다. 인술 장면에서 특정 버튼을 누르면 상황을 뒤집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더욱 강하게 히트하는 장면 등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는 스토리 모드를 즐기는 동안 나오는 보스전에서도 맛볼 수 있다.

원작의 주요 장면을 재현한 보스전은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술로 탄생한 거대한 두꺼비와 대결부터 데이다라와 결투, 백사 오로치와 승부 등 전작보다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만화와 영상으로 밖에 볼 수 없던 명장면을 게임을 통해 더욱 박진감 넘치게 재현할 수 있게 됐다. 이 멋진 장면들은 칭찬보다는 직접 한 번 보면 바로 이해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전투, ‘간단한데?’

이 게임의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나뭇잎 마을에서 임무를 받고 진행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임무 결과에 따라 다양한 보상을 받는 식이다. 전작보다 마을 내 임무 부분들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숨겨진 요소의 수도 대폭 늘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됐다.

전투는 전작과 거의 흡사하다. 이 게임의 전투는 총 40명의 캐릭터 중 3명을 선택해 싸우는 형태를 띠고 있다. 실제 조종하는 캐릭터는 한 명이지만 버튼을 통해 남은 두 명을 사이마다 불러내는 서포터 시스템이 존재,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전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기본적인 공격 외에도 다양한 보조 무기를 전투 중에 사용할 수도 있으며, 차크라를 모아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인술로 전세를 역전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기술들은 몇 가지 버튼 조합만으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투 자체는 조금 빠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짐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격투 게임들보다 쉽다.

■ 시리즈 최초의 멀티 플레이, 하지만 단점이 되다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2’는 쉬운 조작과 멋진 연출이 더해진 굉장한 게임이다. 원작의 팬들이라면 연출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의 구매 가치를 찾을 수 있을 정도기 때문. 하지만 새롭게 도입된 멀티 플레이 모드가 오히려 이 게임의 평점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개발자들에게는 꽤나 당황스러운 문제가 아닐까.

새롭게 추가된 멀티 플레이는 이 게임이 가진 게임성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요 근래 몇 년간 나온 격투 게임들은 온라인 모드를 필수적으로 선보여 왔다. ‘철권6’나 ‘버추어파이터5’ ‘소울칼리버4’ 등의 게임들은 멀티 플레이 모드를 통해 평점을 높였고, 언론들 역시 이 같은 도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왔다.

전작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은 격투 게임이지만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는 판매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 됐다. 이런 평가가 신작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2’에 영향을 줘 멀티 플레이를 추가했고, 실제 개발자들도 멀티 플레이 모드에 기대가 크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조금 급했던 것인지, 아니면 개발 초반에 멀티 플레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멀티 플레이 밸런스는 최악 수준을 자랑한다. 데이다라 캐릭터는 멀리서 네모 버튼만 연타하면 웬만큼 잘하는 사람도 이길 수 없고, 일부 캐릭터들은 형편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 극복하지 못하는 게 어디 있겠나 싶지만 멀티 플레이에 적합하지 못한 캐릭터 밸런스는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2’의 평점은 물론 야심찬 행보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 게임의 밸런스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다’라고 평가했다.

■ 싱글은 대만족, 멀티는 불만, 그래도 팬이라면 산다

이런 단점이 보이긴 하지만 이 게임의 싱글 플레이는 최고다. 원작의 내용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이야기 전개와 코믹한 설정이 존재하는 숨겨진 임무, 그리고 여러 가지 숨겨진 요소는 팬들을 자극하고 있다.

항간에는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2’의 자막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태. 그러나 이 점은 팬의 입장이라면 슬쩍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통사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몇몇 자막 문제로 게임에 대한 평가까지 낮추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