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포털 자체를 부정한다.”
서정수 KTH 사장이 모바일 시장에서 포털의 판도를 바꾸겠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시작은 ‘스마트모바일’을 내세운 파란닷컴의 초기 화면 개편이다.
KTH는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로고와 개편된 파란닷컴 초기화면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정보를 뺀다’는 역발상에서 시작했다. 철저히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쓸모없는 정보는 아예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모바일 시대에는 기존의 틀에 박힌 포털사이트 서비스로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서 대표가 “포털 자체를 부정한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모바일을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라고 표현한 그는 “현재까지 10억대의 PC가 인터넷에 접속했으면 앞으로는 100억대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접속한다”며 “앞으로는 유무선이 융합된 서비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H가 ‘스마트모바일’을 내세운 것도 그래서다. 기존의 포털 서비스로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과거 PC통신 시절을 돌아보게 했다.
“과거 하이텔은 PC통신 시장에서 연 800억대의 매출을 창출했습니다. 당시에는 시장을 장악했었죠. 이 때문에 무료 인터넷 시대로의 진입을 망설이고 있었어요. 신생 매체인 다음이나 네이버가 얼마나 파격적인 미래를 초래할지 모르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다 버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지금이야말로 파괴, 혹은 혁신을 즐겨야 하는 때라는 것. 그는 모바일을 ‘24시간 연결된 내 손 안의 컴퓨터’라고 표현하며 “휴대폰은 똑똑한 전화기의 수준을 넘어 진화된 컴퓨터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언했다.
“우리는 지금 또 다시 파괴와 혁신이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부숴버리지 못한 기존 서비스는 공룡처럼 도태될 겁니다. 하이텔이 무료 인터넷으로 가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죠. KTH는 이제 버릴 준비가 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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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거창하지만 사실 1, 2년 내에는 적자를 볼 가능성이 더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미 지난 1, 2분기도 적자였다. 서 대표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당장은 적자지만 향후 포털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일등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마치 KT가 아이폰 판매로 적자를 보지만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과 비슷하다.
그는 “스마트모바일 환경은 포화상태인 기존 시장과 달리 주인이 없는 시장”이라며 “앞으로도 역발상을 성장 모멘텀으로 삼고 모바일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