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네트워크 시장에서 철수했던 '빅블루' IBM이 컴백을 선언했다.
블레이드 서버 스위치 업체 블레이드 네트워크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기로 한 것. 10년전과 달리 이제는 네트워크 기술을 직접 챙길 필요가 생겼다는게 명분이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독자적인 네트워크 솔루션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었다.
토털 솔루션의 원조로 꼽히는 IBM의 이같은 행보는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인프라간 컨버전스가 점점 힘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IBM외에, 휴렛패커드(HP), 시스코시스템즈, 오라클 등 다른 거물급 IT업체들도 이미 컴퓨팅 인프라 컨버전스를 차세대 에이스로 내세웠다.
IBM은 블레이드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솔루션이 여러 시스템들 사이에서 핵심 데이터를 빠르게 옮겨주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석이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환경에 쓰면 유용할 뿐더러 데이터센터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만큼 협력보다는 독자 노선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더레지스터는 "IBM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가 통합되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려면 독자적인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IBM이 파이버채널(FC)와 이더넷 기술을 모두 갖춘 브로케이드가 아니라 이더넷에만 집중하는 블레이드 네트워크를 선택했다는 것.
더레지스터는 "장기적으로 FC는 FCoE(Fibre Channel over Ethernet에게 길을 내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IBM이 투자하기에는 브로케이드보단 블레이드 네트워크가 낫다"고 평가했다. FCoE는 네트워크 가상화로 불린다. FC와 IP 기반 이더넷 네트워크 기술을 가상화해 하나로 쓸 수 있게 해주는 프로토콜이다.
IBM의 블레이드 네트워크 인수는 10년전 네트워크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관련 사업을 시스코에 넘긴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변화는 시작일 뿐이란 얘기도 들린다. 네트워크 사업 강화를 위해 또 다른 '빅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눈을 돌리는 업체는 IBM 뿐만 아니다. HP는 이미 쓰리콤을 손에 넣었고 델도 최근 네트워크 부서를 총괄한 임원을 시스코로부터 영입했다. 외신들은 델도 결국에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직접 뛰어들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