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소셜 게임이 화두다. 한마디로 돈이 된다고 해서 그렇다.
해외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페이스북’은 소셜 게임 업체에게 황금이 그득한 엘도라도나 다름없다. 그도 그럴것이 페이스북에 소셜 게임을 서비스하는 징가는 지난 1분기에만 3억 5천만달러(한화 4천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주요 메이저 온라인 게임사들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국내서도 소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요 포털업체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비책으로 일제히 게임을 택했다. ‘페이스북’의 성공 사례를 목도한 이상 당연한 선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소셜 게임 전문업체만 20곳.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100곳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게임사는 물론 소셜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저마다 제 2의 ‘징가’ 혹은 ‘플레이피쉬’가 되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상황이 썩 잘 풀리는 편은 아니다. 분명 되는 사업이라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는데 결정적인 기폭제가 부족해 보인다. 소셜 게임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문제라 하더라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딱히 대세라고 할만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조차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는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페이스북을 찾아나섰고, 일부는 국내 포털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과연 온라인게임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소셜 게임이 뿌리 내릴 수 있을까. 또한 소셜 게임이 우리 산업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까. 소셜 게임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3인을 만나 해답을 구했다.
■ 이성민 신타지아 대표 “판치는 스마트 카피, 아이디어로 승부할 것”
이성민 신타지아 대표는 소셜 게임의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안정된 직장을 때려치우고 독립한 전형적인 벤처인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해서 잘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우리가 이름이나마 기억하고 있는 벤처인은 대부분 잘됐거나 잘된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 경우다.
“2000년 전후로 버블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닷컴 벤처기업이 생겨났죠. 10년이 지난 지금 소셜 게임이라는 두 번째 파도가 오고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소셜 게임을 ‘닷컴’에 비유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 대표가 노리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로컬 서비스가 아니다. 전 세계 5억 인구를 가진, 나아가 2013년까지 12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페이스북에서 징가나 플레이피쉬와 같은 기존 메이저 업체들과 자웅을 겨룰 계획이다.
“현재 소셜 게임의 시장 흐름은 ‘스마트 카피’입니다. 베끼기는 베끼는데 아주 잘 베낍니다. 징가의 대표적인 게임 팜빌 역시 대놓고 말하면 카피인 셈이죠. 중국 게임사들은 그 속도가 훨씬 빠르고요. 그러다보니 신생 회사들이 여간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결국 신생 벤처기업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트렌드를 잘 읽어 베끼고 마케팅이나 운영으로 극복해내거나, 아니면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다른 회사들이 베끼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벤처 정신 때문일까. 이 대표가 선택한 것은 후자 쪽이다. 그만큼 게임 개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출신성분을 따져보니 게임이 아니라 포털에 가깝다. KTH, 다음 등 굵직한 포털업체를 두루 거쳤다. 엔씨소프트에도 잠시 몸담았지만 게임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오픈마루에서 근무했다. 종합해서 추론컨데 서비스에는 능할지 몰라도 게임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다.
“소셜 게임을 제대로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마인드부터 바꿔야 합니다. 때문에 기존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은 오히려 적응하기 힘들어 합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사람들을 홀리게 할 매커니즘은 모두 집어넣으면서 재미도 있고 돈도 벌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약이 거의 없는 온라인게임과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죠.”
이 대표의 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소셜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소프트맥스를 찾아가 소셜 게임이 기존 게임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 이주환 소프트맥스 부장 “소셜 게임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
아닌게 아니라 기존 게임 개발사는 제대로 된 소셜 게임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은 정설로 굳어져 있다. 게임 잘 만드는 EA가 굳이 ‘플레이피쉬’를 인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소프트맥스의 첫 소셜 게임 ‘아이엔젤’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주환 부장 역시 최근까지 ‘마그나카르타2’ 개발에 참여한 ‘기존’ 게임 개발자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게임의 핵심 요소는 ‘경쟁’입니다. 그러나 소셜 게임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게임이 주는 재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기본은 경쟁이다. 스포츠하고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e스포츠가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경쟁을 포기하라니,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이야기다.
“공동개발을 하고 있는 다음 측에서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너무 게임스러우면 안된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기존 게임 개발자가 가진 딜레마죠.”
이 부장은 소셜 게임에 대해 같은 반 친구들하고 노는 것에 비유해 설명했다. 친구를 이기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친해지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소셜 게임은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사귀기 위한 도구로서 즐겨져야 한다는 것이 이 부장의 설명이다.
“가령 이런 식이죠. 사실 이런 부분은 징가가 참 잘하는데, 가령 혼자 게임을 하면 오랜 시간이 걸려야 얻을 수 아이템을 친구가 선물해주면 아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를 끌어들이는 거죠. 선물을 해준 친구에게 고마우니까 서로 선물을 하게 되고요.”
이 부장의 설명대로 소셜 게임은 소위 ‘다단계’를 닮았다. 사실 다단계를 고운 말로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한다. 무엇이라고 부르든 맥락은 같다. ‘기존’ 게임개발자 이 부장의 소셜 게임에 대한 고민은 확실히 남달라보였다.
“결국 잘되는 소셜 게임은 다른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수치와 재방문률이 높습니다. 전문용어로 UV(Unique Visit)와 회원의 순증가가 이뤄지는 거죠. 근데 이게 포털에게는 지상 과제나 다름없죠. 요즘 국내 주요 포털이 소셜 게임에 목숨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팀장은 소셜 게임의 흥행이 국내 포털 시장의 판도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눌렀듯이 다음이나 네이트가 포털업계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를 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주장에 관심을 보일 것 같은 다른 사람을 찾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 김영을 팀장이다.
■ 김영을 SK컴즈 팀장 “실패한 만큼 성공가능성 높아질 것”
네이트 앱스토어는 포털 업체 중 최초로 선보인 소셜 게임 서비스다. 이름 덕분에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엄연히 소셜 게임 서비스가 맞다. 현재 SNS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100여종의 소셜 게임을 선보였다. 네이트 앱스토어 사업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한 실무자가 바로 김영을 팀장이다. 일단 궁금한 것부터 몇 가지를 물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는 서비스 명칭이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1년전에도 앱스토어는 주류 용어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앱스토어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떠올리지만 자유롭게 게임을 올리고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앱스토어가 아닐 이유도 없지요.”
더욱 민감한 질문 한 가지, 바로 ‘싸이월드’다. 해외에서 소셜 게임 서비스의 기초가 된 페이스북과 달리 싸이월드는 여전히 폐쇄적인 SNS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앱스토어를 연다 한들 그게 과연 흥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싸이월드가 폐쇄적이라고요? 페이스북이야 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SNS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하바드에서 인터넷에 얼굴 사진 붙여놓고, 나 누굽니다 하던 사이트 아닙니까? 그런던 것이 아이비리그 더 나아가 전체 대학 그리고 모든 사용자층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게 불과 5년전 일이에요.”
김 팀장은 그동안 싸이월드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회원들의 요구로 폐쇄적인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싸이월드는 지난 5월에 발표된 새로운 정책에 맞춰 변신 중입니다. 보안의 문제가 없는 선에서 API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내부 공개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지만 향후에는 결제수단 시스템까지도 공개할 계획이 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금까지 펼쳐온 정책까지 180도 바꿔가면서 소셜 게임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과연 소셜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수백종의 게임을 검토하고 서비스한 김 팀장만의 노하우를 들었다.
“첫째는 실패입니다. 소셜 게임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실패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요즘 유명한 국내 소셜 게임 업체라면 모두 겪은 과정입니다. 가령 썬데이토즈는 페이스북에 롤플레잉 장르 게임을 집어넣었다가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김 팀장은 이와 관련해 루비콘게임즈 표철민 대표의 말을 빌었다. 표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우리나라 소셜 게임 업계에서 3등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실패했던 경험이 다른 회사에 비해 모자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상 깊은 포부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개념입니다. 소셜 게임을 기획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쉽습니다. 관건은 얼마나 소셜 게임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가 달렸죠. ‘비쥬얼드’ 같은 인기게임에 랭킹시스템을 붙여놓는다고 소셜 게임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김 팀장이 예를들어 설며한 개념 중 하나는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얼마나 잘 버무려 이용자들에게 잘 전달하는가에 흥행 여부가 달렸다는 것이다.
비단 네이트 앱스토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네이버의 오픈형 소셜 게임 서비스 ‘앱팩토리’의 정식 론칭이 임박했다. 다음 역시 SNS ‘요즘’을 통해 소셜 게임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과연 업계 만년 3위인 네이트가 소셜 게임을 앞세워 절대 강자 네이버를 넘어설 수 있을까.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 김 팀장은 다소 뜻밖의 답을 내놨다.
“우선은 네이버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국내 소셜게임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않은 만큼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가 잘해서 더욱 키워주기를 바랍니다. 대신 우리는 커진 시장 속에서 1등만 하면 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