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전쟁이 일반 소비자에서 기업용 시장, 스마트워크로 확전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5년까지 전체 공무원의 30%, 전체 노동인구의 30%까지 확대키로 한 ‘스마트워크’가 확산의 기미를 보이면서, 그 기반이 되는 모바일 오피스와 함께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영상회의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을 이용해 시간·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근무 방식이다.
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4월 KT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와이브로 이용한 모바일 오피스(W-오피스) 구현한 데 이어, SK텔레콤 역시 지난 31일 현대중공업과 ‘스마트워크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맺고 모바일 오피스 구현에 나서고 있다.
일단, 현대중공업은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필요로 하는 설계도면의 송·수신은 와이브로를, 이메일이나 결재 등의 소용량 데이터 전송은 3G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KT는 현대중공업에 와이브로가 탑재된 노트북을 제공, 조선소의 현장 작업자들이 실시간 도면 수정 전송 작업이나 실시간 작업 상황 모니터링,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그룹웨어를 통해 이메일, 결재와 현대중공업 내 구축된 생산·물류·관리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활용되는 와이브로 넷북은 약 200여대이며, SK텔레콤은 약 500여대의 스마트폰(갤럭시S)을 제공할 계획에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배 한척에 들어가는 설계도면 등이 많아 KT에서 제공하는 와이브로 넷북을 통해 대용량 파일 송수신에 활용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은 메일이나 결재 등 소용량의 데이터 서비스 등 모바일 오피스로 서로 다른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시험운항 및 스마트쉽 사업’에서 KT와 SK텔레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스마트워크의 첫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현재 KT는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위성과 유무선 통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SK텔레콤은 3G를 활용한 유무선 통합망을 제안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까지 스마트쉽이나 시험운항에 필요한 통신네트워크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할 상태는 아니고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갤럭시S 앞세워 총 공세
KT가 지난 18일부터 일주일 사이 22만명이 넘는 ‘아이폰4’ 예약가입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동안, 기업용 시장에서는 아이폰 외의 스마트폰 확보가 지연되면서 모바일 오피스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가 현대중공업이라는 시장을 먼저 개척했음에도, SK텔레콤이 갤럭시S를 무상 공급하며 이메일, 결재 등의 모바일 오피스 시장을 내준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정부가 지난 7월부터 공공기관 및 기업의 스마트워크 확산을 적극적으로 꾀하면서 하반기부터 모바일 오피스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애플의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폰이 모바일 오피스 구현에 제약이 따르면서 KT의 고민이 적지 않다.
아이폰에서도 기업용 솔루션 활용이 가능하지만 기업들이 내부 정보 등을 앱스토어를 통해 이용하는데 주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KT는 기업용 시장 개척을 위해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강화가 절실하지만 2일 현재 KT가 내놓은 스마트폰은 지난 연말 출시한 삼성전자의 쇼옴니아 이후 LG전자 ‘안드로-1’, 구글 ‘넥서스원’, 팬택의 여성전용 스마트폰인 ‘이자르(IZAR)’ 등 3종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연말 KT가 이메일, 메신저, 결재 등의 기능을 갖춘 모바일 오피스 플랫폼의 개발을 끝내고, 이를 윈도우 모바일, 아이폰, 안드로이드, 심비안 등 모든 휴대폰 운영체제(OS)를 지원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포트폴리오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넥서스원의 경우 전 세계 통신사 3~4곳에서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약 3만대 정도가 판매됐다”며 “모바일 오피스 단말로는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는 10월께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K와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를 바탕으로 모바일 오피스 구축에 필요한 스마트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반격을 꾀하고 있다.
KT가 모바일 오피스 구축에 필요한 스마트폰 포트폴리오에 취약점이 있다면, SK텔레콤은 KT와 같이 유선 인프라와 와이브로 결합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에 약점을 갖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와이브로 사업권을 갖고 있고, 유선사업 강화를 위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했지만, 무선사업의 기반이 되는 유선 인프라가 KT에 비해 열세다.
현대중공업에서 설계도면과 같은 대용량 파일 전송을 하는데 와이브로를 이용한 넷북 사용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워크 경쟁력, ‘스마트폰→태블릿PC’로 확대
특히 최근 KT와 SK텔레콤이 경쟁적으로 태블릿PC 출시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경쟁은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로 진화하면서 더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KT가 대표적 모바일 오피스의 구축사례로 내세우고 있는 도시철도공사나 현대중공업의 경우 업무 특성상 통신기능을 갖춘 태블릿PC가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태블릿PC를 놓고 콘텐츠 업계가 크게 들떠 있지만, 통신기능을 갖춘 태블릿PC는 스마트워크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 도구가 될 것”이라며 “모바일 오피스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더불어 태블릿PC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는 8월말 7인치 크기에 1GHz CPU, 8GB 내장 메모리, DMB, 300만 화소 카메라 등을 장착한 태블릿PC ‘아이덴티티 탭’을 출시하고, 10월께 통신모듈을 탑재한 태블릿PC 등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며, SK텔레콤도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