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업계가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업으로 주목받던 주요 모바일 게임사들의 실적이 일제히 하락곡선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다.
컴투스는 지난 26일 공시한 실적에서 피처폰 게임 매출이 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게임빌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빌 역시 피처폰만 놓고 보면 ‘프로야구’ 시리즈의 선전을 제외한 다른 게임 매출은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 체감하는 하락폭은 더욱 크다. 몇몇 게임사들은 전년 동기에 비해 다운로드 매출이 반 이상 떨어진 것 같다고 울상이다.
피처폰 모바일게임 시장의 하락세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부터 아이폰을 필두로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됐기 때문이다. 피쳐폰 게임 개발에 주력하던 모바일게임사들의 부진을 스마트폰의 확산 때문으로 보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진이 스마트폰 보다는 자기잠식효과(Cannibalization)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자기잠식효과는 새로운 제품이 출시가 되면 비슷한 포지셔닝 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던 기존의 제품이 타격을 입는다는 마케팅 개념이다.
이를 모바일게임 시장에 적용하면,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콘텐츠 정액제 내 무료게임이 기존 유료게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논리다. 여전히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피처폰 시장을 오히려 이통사들이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모바일게임사들의 주장이다.
■콘텐츠 정액제 ‘거위 배 가르기’
최근 스마트폰의 무서운 확산세로 피처폰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은 분명하다. 아이폰 사용자가 83만명을 넘어섰고 갤럭시S도 70만대 이상 팔리는 등 향후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디넷코리아가 지난 5월 실시한 자체 설문 조사에서도 10명 중에 8명이 1년 내 스마트폰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스마트폰으로 인한 이용자 이탈보다 피처폰 매출의 하락폭이 더욱 크다는 것. 이 때문에 모바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콘텐츠정액제로 인해 무료게임이 풀리면서 모바일게임사들의 신작 수요가 급감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 프리존, 완자존 등 각 이통사 콘텐츠 정액제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서 피처폰 게임 이용자들의 신작 게임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들 콘텐츠 정액제 서비스에 가입하면 출시 기간이 조금 지난 모바일게임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반면 신작 유료 게임의 다운로드 과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통사가 콘텐츠 정액제 가입을 늘리기 위해 무료 게임은 콘텐츠정액제 메인 페이지에서 게임 아이콘만 클릭해서 들어가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놓은 반면, 유료 게임은 서너 단계의 페이지를 더 거치도록 했다.
게다가 이러한 무료 게임은 이통사가 아예 게임을 구입해서 서비스 하는 것으로 아무리 다운로드가 많이 일어나도 모바일게임업체는 분배받는 수익이 전혀 없다. 구매 가격 역시 500만원에서 2천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A모바일게임사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이통사 쪽에서 점점 더 최신 게임을 줬으면 하는 눈치다”며 “이미 가입된 이용자들은 어쩔 수 없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더 안 늘어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스마트폰 때문 ‘일축’
이러한 모바일게임사들의 주장에 대해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의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구매력이 있고 콘텐츠 이용 비율이 높은 20~30대가 스마트폰의 주 사용자층으로 넘어감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프리존이나 완자존도 영향이 있겠지만 미비하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콘텐츠정액제에 가입한 이용자 중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비율은 15% 안팎인데 모바일게임사들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게임사의 실적이 반토막 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10대 이용자를 대상으로 역할수행게임(RPG)을 주로 서비스하는 넥슨모바일이나 KTH의 경우 다운로드가 많이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을 주로 서비스하는 게임사의 경우 실적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단순히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급격하다보니 업계가 일시적인 혼란 상태에 있다는 것. 국내 오픈마켓이 열리고 각 게임사들이 자생력을 가지게 된다면 나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B모바일게임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피처폰 시장이 더욱 큰 만큼 매출이 줄었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솔직히 답답하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 게임사 연쇄 도산 ‘빨간불’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SK텔레콤이 게임 운영을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로 넘기고 모바일게임 사업부를 축소한 것이 모바일게임사들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향후 네이트 앱스토어에만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C모바일게임사 관계자는 “SKT가 기존 피처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같다”며 “얼마 전 네이트 앱스토어 누적 매출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에도 괜히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D모바일게임사 관계자는 “SKT가 운영권을 SK컴즈로 넘기면서 지난달 1일부터 게임 서비스 규모를 축소했다”며 “기존 150여종에서 현재는 72종이 서비스 중이며 이는 KT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편 영향으로 다운로드 수가 50% 정도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컴투스와 게임빌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낫다. 국내에서는 판로가 없지만 해외 오픈마켓 실적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스마트폰 매출로 2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434% 는 14억원을 기록했다. 게임빌은 해외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0% 성장한 11억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를 제외한 중소 모바일게임사들은 말 그대로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 E모바일게임사 대표는 “이통 3사에 출시한 게임이 다해봐야 3~4천건 밖에 팔리지 않았다”며 “이번 달은 몰라도 6개월 정도 후에는 직원들 월급을 어떻게 줘야할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견디지 못하고 업종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E모바일게임사 대표는 “현 상황대로라면 도저히 피처폰 시장에서는 답이 없을 것 같아서 앱 개발, 외주 제작 등 서서히 사업방향을 틀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앱 개발자 구하기부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