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요금할인 선전포고…통신 빅뱅

일반입력 :2010/07/14 13:53    수정: 2010/07/15 18:10

김태정 기자

국내 1위 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이 ‘많이 쓰고 적게 내라’식의 신규 서비스를 쏟아냈다. 서비스 질과 가격, 두 토끼를 모두 잡아 확실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SK텔레콤은 14일 서울 을지로 T타워서 간담회를 열고 무선데이터 무제한 사용, 모바일인터넷 전화(mVoIP) 허용, 유선상품 무료제공, 와이파이 확충 등 파격적 서비스를 발표했다.

정만원 사장 취임 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무선 인터넷 대응이 느슨했고, 가정 통신료 경쟁력도 경쟁사 대비 부족했다는 지적을 들은 SK텔레콤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무선인터넷 반격, KT 겨냥

우선, 무선 인터넷 시장 장악 의지가 눈에 띈다. 맞수는 아이폰을 들여와 인기몰이 중인 KT다.

SK텔레콤은 지난 연말 KT의 아이폰 도입 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KT가 과감히 아이폰을 들여 온 ‘선도자’라는 칭송을 받을수록 SK텔레콤은 흐름에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여기에 KT는 전국 1만3천여곳(14일 기준 2만5천여곳으로 확대) 와이파이 망을 내세우면서 ‘SK텔레콤은 무선 인터넷에 약하다’는 이미지도 적잖이 생겨났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절치부심, 비장의 카드를 빼내들었다. 내달부터 올인원55(월 5만5천원) 이상 요금제 이용자에게 무선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와이파이 지역이 아니어도 3G로 무선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와이파이 때문에 KT에 눈 돌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시나리오도 담았다.

시점도 미묘하다. KT가 이르면 이달 말 아이폰4를 출시하려는 가운데 나온 전략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단말기 성능 못잖게 이통사 무선 인터넷 서비스 질을 중요시하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스마트폰 에이스인 갤럭시S가 아이폰4에 대항할 경쟁력을 더 갖추게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KT는 지난달부터 쓰다 남은 무선 데이터 용량을 이월시키는 서비스를 시행중인데, SK텔레콤의 ‘무제한’ 전략에 맞서 어떤 판도를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이 올 안에 개방형 와이파이 1만5천곳을 구축, 무료로 풀겠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KT가 가진 와이파이 경쟁력을 정조준했다.

정만원 사장은 “이용자들이 어디서나 요금 부담 없이 무선데이터를 쓰게 하겠다”라며 “무선인터넷 이용 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유무선 통합할인 ‘혈투’

가족 요금제 부분에서는 이동전화 회선 수에 따라 인터넷, IPTV 등 유선상품을 무료 제공하는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내놨다. 유선 상품은 덤으로 주겠다는 전략이다.

3년 약정으로 한 가정에서 휴대폰 사용자가 2명이면 집전화, 3명은 초고속인터넷, 4명 집전화+초고속인터넷, 5명 집전화+초고속인터넷+IPTV를 무료 제공한다.

이는 KT의 ‘퉁’, LG유플러스 ‘온국민yo’ 등의 유무선 통합 요금제를 겨냥한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최근 이 같은 요금제를 내놓고 SK텔레콤을 압박해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달 1일 출시한 온국민yo 가입자가 11일 현재 2만명을 돌파하면서 순항 중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보다 혜택 좋은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예고해왔고,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구체적 전략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요금제에 따라 휴대폰에 mVoIP를 제공하면서 경쟁사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그간 이통사들은 요금경쟁 과다, 중복투자 문제 등으로 mVoIP을 망설여왔지만 SK텔레콤이 먼저 스타트를 끊은 이상 반격카드가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정 사장은 무선 인터넷 시장을 이끌 '완결판'을 내놨다며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 대신 고객과 윈윈할 전략을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