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KMI에 '발 걸친' 까닭은?

일반입력 :2010/06/16 17:00    수정: 2010/06/16 17:09

“장비납품을 하기 위한 현물출자이며 투자개념은 분명 아니다. 단, 현물출자 규모는 밝힐 수 없다.”

삼성전자가 ‘제4의 이동통신사’로 통신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에 와이브로 장비를 현물출자 한다고 공식화 한 배경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포화된 이동통신시장에 가상이동망사업자(MVNO)의 등장까지 예고된 상태에서, 또 기존 와이브로 사업자인 KT·SK텔레콤 마저 와이브로가 아닌 LTE(Long Term Evolution)를 차세대 망의 대안으로 여기는 시점에서 이 같은 삼성전자 행보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KMI에 와이브로 장비를 현물출자 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비공급사로써 참여한 것일 뿐 투자는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물출자와 투자의 개념을 명확히 설명하기는 곤란하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투자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통서비스 진출 사전포석?

삼성전자가 “투자 개념은 아니다”라고 밝힌 이유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장 경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단말 시장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켓 비중에 견주었을 때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국내 주요 고객사인 SK텔레콤·KT·통합LG텔레콤 등이 각각 SK텔레시스, KT테크, LG전자 등을 단말 계열사로 둔 상황에서 경쟁관계에 놓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대내외적 파급력 때문에 이동통신시장 진출 소식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단말 제조사이자 PC 운영체제(OS) 업체인 애플이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기존 통신시장의 비즈니스 영역을 침범하면서, 전 세계 이통사를 중심으로 反애플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 대표적 예다.

아울러 수조원의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통신사업이지만 포화된 국내시장에 삼성전자가 굳이 직접 나서야 할 이유도 마땅치 않다.

업계에서는 KMI에 현물출자를 한 것만으로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수백억 규모 현물출자 결정…왜?

그동안 KMI가 그동안 와이브로 사업을 위한 초기 자본금이 약 7~8천억원 규모, 여기에 삼성전자가 약 5%의 현물출자 등을 하기로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약 350~400억원으로 예상된다. 비록 현금출자가 아닌 현물출자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제3의 와이브로 사업권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KMI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 KT 등에 위협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KMI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이통사에게는 위험하지만 위협적이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KT가 끝내 PSTN을 버리고 인터넷전화로 전환한 것처럼 극단적으로 와이브로 사업권을 보유한 SK텔레콤이나 KT가 기득권을 버리고 KMI의 모델을 따라하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에게 와이브로 사업권을 내준 것이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이제는 와이브로를 활성화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KT 등과 와이브로 투자목적사(SPC) 설립으로 줄어들 매출을 보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KT는 5대 광역시를 포함해 전국 84개 시도로 와이브로 커버리지를 확대하는데 약 4천억원의 투자를 집행해야 했다. 하지만 650억원을 들여 삼성전자 등과 SPC를 설립키로 하고 여기서 와이브로 장비를 임대키로 하면서 투자금액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를 두고, 한 업체 관계자는 “KT가 삼성전자로부터 구매해야 될 와이브로 장비 물량이 SPC 설립으로 약 5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소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내다봤다.

■KT와 불화가 ‘이유(?)’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KMI에 현물출자를 한 것을 두고 아이폰 등으로 사이가 벌어진 KT에 각을 세우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하고 있다.

다양한 MVNO를 참여시키는 KMI의 사업모델 등이 기존 통신사와 상충될 수밖에 없고, 그 중에서도 유선부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가장 대립각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KT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할당받은 900MHz의 주파수 대역을 LTE에 사용키로 한 것도 삼성전자와 불편한 관계를 가져가는 데 한 몫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LTE를 선택한 이유가 와이브로보다 장비 및 단말 수급이 원활하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KMI에 현물출자 한 것을 두고 KT와 사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최근 KT의 행보가 삼성전자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