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콘텐츠 大戰①] 월드컵, 미디어 전쟁 불 지피다

일반입력 :2010/05/25 11:22

김태진, 김우용 기자

방송업계가 구조 변화를 예고하며 불타오르고 있다. 촉매는 남아공 월드컵과 SBS가 지폈다.

흔히 방송업계에서는 뉴미디어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지상파방송과 스포츠 콘텐츠를 꼽는데, 월드컵은 이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독 중계 논란을 빚고 있는 ‘남아공 월드컵’은 KBS·MBC·SBS 지상파방송 간,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 뉴미디어 재송신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가중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SBS의 스포츠 독점중계 논란이 향후 방송업계의 생산과 유통에 상당한 구도변화를 야기할 것이란 점에서 일대사건이란 견해를 제기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방송 콘텐츠 유통의 패러다임 전환, 지상파방송을 축으로 뉴미디어의 역학 관계를 분석한다.

■SBS, 월드컵 단독중계 강행…왜?

SBS가 월드컵을 단독중계하려는 목적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MBC에 앞서 2위 사업자로 도약하려는 야심과 스포츠 등 킬러콘텐츠 유통을 통한 수익성 제고다.

SBS는 창사 이래 줄곧 KBS·MBC 등에 이은 3위 사업자 이미지였다. 스포츠 중계에 있어서도 경쟁사보다 성과가 미미했다. SBS 내부적으로 국제 스포츠 공동중계에서 KBS·MBC에 홀대받는다는 피해의식도 강하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데 월드컵·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도가 보장된 국제스포츠 중계만한 것이 없다. 기업이미지를 끌어올려 미디어그룹으로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상파방송은 최근 5년간 광고매출 하락추세 속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광고시장의 파이가 지상파방송에서 온라인·뉴미디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광고시장 규모도 커지지 않았다.

수익성 악화일로에서 지상파방송은 새로운 수익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온 해법이 콘텐츠 유통이다. 지상파 3사가 지난해 케이블TV에 제기한 재송신료 지불관련 소송은 이 같은 움직임의 일면이다.

유통구조를 장악해 콘텐츠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스포츠 중계권은 광고매출과 함께 뉴미디어 재판매란 수익원을 갖는다. 독점중계권을 확보하게 되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커진다.

■방송 콘텐츠 유통구조 바뀔까?

이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는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유통사업자 변신, 콘텐츠 거래시장 활성화 등이다.

성희용 SBS 정책팀장은 “그동안 방송사들 사이에 상식적인 협상, 계약관계, 공조는 이뤄진 적이 없었다”라며 “월드컵 단독중계논란으로 방송 콘텐츠 유통에 대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의 변화란 콘텐츠 유통로 확대다. 지상파 3사간의 공조가 무너지면서 중계권 유통로가 지상파란 범위를 벗어나 전 미디어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포츠 중계권 재판매시장은 지상파3사로 한정됐다. 또한 의무재송신 채널인 KBS 1TV를 통해 중계되기 때문에 뉴미디어 재판매는 사실상 전무했다.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보인 일련의 행보는 그 시발점이다.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SBS는 IPTV측으로부터 올림픽 중계 재송신에 별도대가를 요구했다. SBS가 얻어낸 재송신료는 5억원 정도다.

지상파 TV를 시청하는 방식이 DMB, IPTV, 케이블TV 외에 인터넷 포털, 웹TV 등으로 늘어나면서 재송신 수요는 이미 형성됐다. SBS는 시장수요에 따라 높은 가격에 콘텐츠를 넘길 수단을 확보한 것이다.

방송업계에서 콘텐츠 유통구조의 변화 조짐도 보인다. 콘텐츠를 소유한 누구나 거래에 나설 수 있는 부산콘텐츠마켓(BCM)이 대표적이다. 지상파방송과 모든 방송콘텐츠 제작사들이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