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버전스 환경과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을 계기로 방송통신시장에서 사업구조의 다각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는 글로벌종합미디어사업자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프랑스의 비방디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국내에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비방디의 모태는 다소 엉뚱하게도 1853년 설립되어 150년의 역사를 가진 Compagnie Généraledes Eaux(CGE)라는 수도회사였다. 그러나 비방디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매우 도전적이고 합리적인 5단계의 다각화를 거쳐왔다.
1단계는 1980년, 수도건설과 유사한 공익서비스 영역인 폐기물, 에너지, 수송 등의 분야로 진출이었다. 2단계는 1983년 프랑스 최초의 유료 TV 카날플뤼스(Canal+), 1987년 통신기업 SFR 설립을 통한 유료방송과 통신사업 진출이었다. 3단계는 글로벌화의 추진이었다.
Cegetel을 설립(1996)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1997), 폴란드와 스칸디나비아(1998), 벨기에(1999)의 유료방송 진출로 유럽의 대표적인 유료방송사가 된다. 4단계는 미디어그룹으로의 도약이었다.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유니버설뮤직 등을 보유한 시그램을 인수합병(2000)하고, 2003년에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인 NBC를 합병해 NBC유니버설을 설립한 것이다.
5단계는 게임영역으로의 진출이었다. 전통적인 수익원인 음악·미디어·통신사업을 넘어 게임산업에 주목한 비방디는 미국 게임 제작업체 액티비전을 합병하여 액티비전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라는 새로운 법인을 탄생시켰다.
이처럼 글로벌종합사업자로서 비방디의 성장과정에는 타임워너, 소니, 디즈니 등 여타의 글로벌미디어기업들과 유사하면서도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균형 있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가치사슬을 계속해서 확대해 왔다는 점이다. 여타의 종합미디어사업자들과 같이 비방디는 제휴, 인수․합병을 통해 제작과 유통을 동시에 구비하는 다각화 전략에 충실하였다. 한때, 양적팽창에 집중하여 재정위기를 겪을 정도였지만,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균형잡힌 다각화구조를 보유하게 되었다.
음악, 영화, 게임에 이르는 콘텐츠에 주목하여 단순히 망제공자(dumb pipe)가 아닌 제작부터 소비까지 전 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완성하였다. 특히, 유니버설뮤직(Universal Music Group), 액티비전블리자드라는 음반과 비디오게임에서 각각 세계 1위인 회사들을 자회사로 하고 있어 가치사슬의 우월성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둘째, 비방디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역적 글로벌화를 추진함으로써 특정지역을 거점으로 국지적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타 종합미디어그룹과 대조된다. 비방디는 인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이 세계 미디어의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자 과거 유럽과 아프리카 중심의 유료방송사업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여 왔다. 특히, 많은 인구를 가진 아시아권을 음악, 온라인 게임분야의 잠재적 성장지역으로 주목하고 진출에 주력중이다.
셋째 서비스 융합 전략에서도 비방디는 타 종합미디어사업자들에 비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방디는 자회사인 유니버설뮤직, 카날플뤼스,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음악, 영화, TV 프로그램, 게임 등 우수한 디지털 콘텐츠와 SFR, Maroc Telecom 등을 통한 전자적 유통채널까지 갖고 있어 타 글로벌 미디어사업자보다 유리하다.
특히, 게임사업으로의 확장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선택과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콘텐츠 마케팅을 전담하는 비방디모바일엔터테인먼트(Vivendi Mobile Entertainment)의 설립 등 차별적인 융합 전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비방디는 단순한 통신사업이나 기존 유료방송사업만으로는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음을 일찍 깨닫고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다양한 전자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세계적 기술 표준과 정보통신망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진출 성적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 사업자에게 이러한 비방디의 사업 다각화와 컨버전스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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