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 게임 맞나…기경혈맥 시스템이 무엇?

일반입력 :2010/04/13 10:51    수정: 2010/04/13 14:43

봉성창 기자

동양의 무협과 서양의 판타지는 그동안 인기 온라인게임 소재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게임 자체가 서구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탓에 판타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된 반면 무협은 그저 겉모습만 동양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을 뿐 서양의 중세 판타지를 소재로 한 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무협이라는 동양적 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게임사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엑스칼리버’로 대변되는 전설의 무기와 강력한 마법이면 아무리 강한 존재도 때려잡을 수 있는 판타지와는 달리 무협은 내공과 무공으로 표현되는 인간 내면의 강함이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원인터렉티브가 서비스하고 중국 DACN이 개발한 무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검향’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무협이라는 소재에 좀 더 진지한 접근으로 마니아들의 높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일검향’의 각종 특징적인 시스템은 기존 게임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결코 낯설지 않으면서도 무협이라는 소재가 주는 매력을 십분 살리며 차별화를 꾀했다.

■무협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

‘일검향’은 단순히 장비의 우월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 소위 무기빨 보다는 캐릭터를 어떻게 육성시키는가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이를 구현한 것이 바로 ‘기경혈맥 시스템’이다. 사람 몸에 임맥, 독맥 등 기경팔맥이 있다는 한의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자신의 캐릭터에게 무협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통’을 해주는 방식이 바로 ‘기경혈맥 시스템’의 골자다.

말은 다소 생소하지만 이를 게임 용어로 풀이하면 스킬트리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용자는 최초 임맥과 독맥 중 하나를 선택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이후 어떤 맥을 ‘타통’시키는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 방향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기경혈맥’ 시스템이 기존 판타지 소재 게임의 스킬트리와 차별화된 요소는 이를 바탕으로 게임 이용자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게임 내에 이미 준비된 무공 중 하나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무공을 창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나의 문파를 세울 수 있다. 이 부분이야 말로 ‘일검향’이 무협을 소재로 한 여타 온라인게임과 선을 긋는 지점이다.

■탄탄한 커뮤니티 시스템 ‘눈길’

판타지 게임에 길드가 있듯 무협지에는 문파가 있다. 인기 무협지마다 설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9파 1방 정도로 표현되며 단골 소재로 쓰이는 문파가 ‘일검향’에서는 커뮤니티의 중요한 축으로 사용된다.

‘일검향’에서 문파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상당히 다양하다. 단순히 집단 전투의 용도를 훨씬 뛰어 넘는다. 기본적으로 문파 전용 장원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일종의 하우징(Housing) 시스템으로 문파원 들이 각자 힘을 모아 장원에 건축물들을 하나씩 늘려나가 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은 문파전용 무공을 만들거나 희귀한 아이템 수집을 위한 문파 전용 채집을 즐길 수도 있다. 또한 문파만의 퀘스트를 수행함으로서 짭짤한 보상을 받거나, 문파에서 무기 강화를 함으로서 개인이 직접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아이템을 획득하게 된다.

이밖에도 ‘일검향’에서는 ▲5개의 국가를 바탕으로 한 국가 중심의 커뮤니티, ▲상위레벨 이용자와 초보이용자를 묶어주는 사제 커뮤니티, ▲마음이 맞는 두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혼인을 맺을 수 있는 남녀 커뮤니티 등 기존 온라인게임에서 시도된 다양한 커뮤니티 콘텐츠를 빠짐없이 제공하고 있다.

■각종 편의 시스템으로 접근성 극대화

‘일검향’은 중국 게임 특유의 이용자 위주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이미 국내에서는 ‘아틀란티카’에서 최초로 시도돼 좋은 반응을 얻은 ‘자동 이동 시스템’을 비롯해, 노점을 통한 거래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특히 무협 소재의 분위기를 잘 살린 ‘폐관수련’은 이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시간 동안 캐릭터를 육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꾸준히 게임에 접속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일검향’에는 ‘강호보부상’이라는 이름의 경제 시스템과 각국의 국왕을 선거로 선출하는 정치 시스템 등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콘텐츠가 빠짐없이 구현돼 있다. 물론 인스턴스 던전을 비롯해 캐릭터 외형을 바꿀 수 있는 등의 다채로운 즐길거리도 존재한다.

‘일검향’의 이러한 백화점식 콘텐츠 구성은 그동안 국내 수입된 대부분 중국산 온라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요소다. 더불어 권장사양 역시 ‘펜티엄4’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PC사양 역시 이용자들의 진입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있다.

‘일검향’은 언뜻 겉으로 보기에는 그동안 국내 서비스된 중국산 온라인게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찬찬히 뜯어보면 이용자들이 몰입할만한 깊이 있는 콘텐츠가 상당수 숨어있다. 특히 무협 특유의 재미요소를 상당히 현실감 있게 녹여낸 점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