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집전화 등의 재판매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미 유선부문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집전화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유무선 그룹 간 시너지를 강조해 온 터라, 이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유선사업을 위한 별정통신사업 등록을 했으며, 이번 주 SK브로드밴드의 도매약관 신고가 이뤄지는 대로 사업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무선 통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컨버전스 시장에 탄력적인 대응을 위해 위탁판매를, 상품설계를 통한 재판매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또 경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한 이후 T밴드·브로드앤세트 등 유무선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시너지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낮다. SK텔레콤이 굳이 SK브로드밴드의 유선부문을 재판매하려 했다면 1조2천억원의 거금을 들여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재판매는 과거 LG데이콤이 합병을 염두하고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을, LG파워콤이 LG데이콤의 IPTV나 인터넷전화를 재판매했던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며 “이는 SK브로드밴드의 역량을 기업시장에 집중시키고 소매사업은 SK텔레콤이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달 초 이동통신3사가 마케팅비 준수 가이드라인으로 20%(올해 21%)를 지키기로 해 SK텔레콤이 지난해보다 약 8천억원의 마케팅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 역시 전년대비 마케팅비를 2천억원 가량 줄여야 한다는 것도 합병한 경쟁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9천억원, 마케팅비용은 6천억원을 집행했지만, 올해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를 3천800억원으로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가 합병을 한 KT와 통합LG텔레콤에 대응해 유선부문인 초고속인터넷·집전화 등의 가입자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그동안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단기간 내 합병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합병의 의미보다는 이동전화 가입자를 통한 통합 마케팅으로 유선부문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다.
이에 대해, 전성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SK텔레콤이 사업 등록을 해 이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SK텔레콤이 이동전화서비스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