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은 애국가와 시청률 경쟁”

일반입력 :2010/03/18 15:53    수정: 2010/03/18 17:20

정윤희 기자

“현재 상황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은 애국가와 시청률 경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경훈 스튜디오 애니멀 대표는 ‘제3회 대학만화애니메이션최강전’ 특강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상황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렇게 말했다.

18일 명동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대학만화애니메이션최강전’은 올해 졸업한 전국 30여 대학의 만화․애니메이션 관련학과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현재 제작 중인 ‘고스트 메신저’로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조 대표는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조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마약과 같다”며 “다만 그 모든 것을 만드는 동시에 통제해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노동량을 필요로 하는 매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 상황은 생각보다 암울한 상황”이라며 “‘효율성’이 강조되는 상업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가장 적은 비용으로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구체적인 설명도 있었다. 조 대표는 “TV시리즈 1편의 제작비가 1억원 정도다”며 “보통 26편짜리를 만든다고 치면 26억원 정도가 드는 셈인데 방영권료, 라이선스, 해외 수출 수익을 모두 합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방영 시간대를 들었다. 대부분의 국산 애니메이션은 공중파의 경우 오후 4시 30분, 케이블TV의 경우 새벽 시간대에 편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조 대표는 “오후 4시 30분은 거의 아무도 안본다는 얘기”라며 “애니메이션이 애국가와 시청률 경쟁을 벌인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물론 ‘뽀롱뽀롱 뽀로로’, ‘뿌까’, ‘방귀대장 뿡뿡이’ 등 성공한 작품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성공 이후 미취학 아동 상대 시장도 포화상태가 됐다. 현재 국내 시장 상황은 열악해지고만 있는 것.

조 대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것을 목표로 ‘고스트 메신저’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스트 메신저’는 스튜디오 애니멀이 지난 2007년부터 제작 중인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적인 스토리, 퀄리티 높은 그래픽으로 오프닝 동영상 공개와 동시에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조 대표는 “‘고스트 메신저’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고스트 메신저’가 못한다면 그 다음 작품이, 또 그 다음 작품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는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 대표는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의,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본인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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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업계로 들어오지만 생존률은 낮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환상이 회사의 요구라는 현실과 부딪칠 때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조 대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며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임을 잊지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