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하드웨어 스펙(사양)을 주요 고지로 올리려 한다. 휴대폰 단말기 제조에서 쌓아온 역량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것.
최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마케팅에 있어서 초고속 CPU(중앙처리장치)를 부쩍 강조한다. 애플은 항상 비교대상으로 붙었다.
■초고속 CPU 전진배치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에서 공개한 스마트폰 ‘웨이브’가 에이스다. 탑재한 CPU는 1GHz로 아이폰3GS의 624MHz를 훌쩍 넘어섰다. 현존하는 모바일 CPU 중 최고속이라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실제 웨이브는 옴니아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기존 스마트폰 대비 빠른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를 MWC에서 보였다.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포털들에는 웨이브 구동 영상이 오르는 중이다. 삼성전자의 첫 자체 스마트폰 플랫폼 ‘바다’ 못잖은 화제감이다.
삼성전자는 내달 초 국내 출시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도 CPU 속도를 무기로 내세웠다. 800MHz로 웨이브보다는 부족하지만 아이폰3GS는 제쳤다.
두 제품 모두 터치에 있어서 아이폰과 같은 ‘정전식’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가 그간 옴니아에 적용한 ‘감압식’ 터치는 정전식에 비해 느렸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신제품 속도는 아이폰과 별 차이가 없다”며 “올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자 잡을 당근 내놔야
단, 아이폰보다 앞선 하드웨어 스펙이 삼성전자의 승리 보증수표는 아니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애플리케이션 수 15만개를 돌파한 애플 앱스토어와 비교가 어렵다. 삼성전자는 개발자 참여을 이끌어 낼 당근 만들기에 고심 중이다.
이 외에도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삼성전자는 아직 애플보다 꽤 아래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종 고객과 개발자, 자사를 연결하는 시스템 디자인 역량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최근 행사에서 “우리의 모바일 사업 규모는 삼성전자나 소니보다 크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아이폰 차기 모델을 올 하반기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처럼 외신에 오르는 중이다. CPU를 비롯한 하드웨어 스펙 향상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하준두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애플 타도를 외치는 업체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아이폰 상승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는 각각 17%, 2.8%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계속되는 도전장이 의미 있는 열매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감압식과 정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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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압식은 터치스크린이 외부 압력을 인식해 반응하게 했다. 손가락 이외 다른 물건으로 터치가 가능하다. 반응속도는 정전식에 비해 느리다.
정전식은 손가락 끝에 흐르는 정전기를 인식, 감압식보다 속도가 빠르다. 대신 장갑을 끼거나 볼펜 등 정전기가 나오지 않는 다른 사물은 인식하지 않는 불편이 있다. 최근에는 먹는 소시지에 반응하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