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패소 중기업들 "부당 판결"

일반입력 :2010/02/08 17:36    수정: 2010/02/08 17:39

류준영 기자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기업과 은행간 소송에서 법원이 은행 손을 들어줬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임성근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수산중공업과 아이티씨가 키코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키코를 둘러싼 기업과 은행간 본안 소송에 대한 첫 판결로, 현재 계류 중인 118건의 유사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원고 주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면서 “계약약관이 불공정 약관이었다는 주장도 당시 계약 내용이 ‘약관’에 해당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이번 판결에 앞서 키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키코를 불공정한 상품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은행 측 주장은 "키코 계약은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에 따라 설계된 합리적 상품으로 은행과 기업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맞서왔다.

키코 상품은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게 되면 계약금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이다.

키코는 하지만 환율 급등으로 인해 가입한 수많은 기업들이 대부분 손해를 봤고, 여기엔 IT제조사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키코 피해 중소기업모임인 환헤지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형평성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키코 상품 구조를 비롯해 주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환헤지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법원이 기업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라며 " 은행들이 업무상의 비밀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명령 받은 자료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