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연의(이하 삼국지)’를 게임화하려는 게임업계의 노력은 지난 20년간 줄곧 있어왔다. 장르만 보더라도 턴방식 전략 시뮬레이션은 물론 롤플레잉, 대전액션, 웹게임에 이르기까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들 중 몇몇은 골수 삼국지 마니아들의 지지속에 안정적인 흥행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중국 역시 최근 온라인게임 개발 노하우가 쌓이면서 ‘삼국지’를 소재로 한 완성도 있는 게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국의 고전인 ‘삼국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 없다. 더욱이 그동안 삼국지 게임의 주도권을 코에이로 대표되는 일본에게 빼앗겼으니 더욱 분전하는 모양새다.
그중에서 오는 28일 KTH 올스타가 공개시범서비스를 진행하는 ‘적벽’은 지금까지 중국서 개발된 그 어떤 삼국지 게임보다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게임이다. ‘완미세계’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완미시공이 지난 2007년 말 선보여 중국서 공전의 흥행을 기록했다.

원작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콘텐츠와 게임성을 인정받은 ‘적벽’은 원작과 게임의 재미를 가장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그 누구보다 삼국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전투를 앞세운 다양한 즐길거리와 탄탄한 시스템은 ‘삼국지’의 묘미를 한층 살려준다.
■1천200명이 동시 전투…대규모 전쟁 시스템 압권
‘적벽’은 삼국지를 관통하는 가장 큰 콘텐츠인 ‘국가 간 전쟁’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것이 KTH 측이 가장 내세우는 부분이다. 국가대전RPG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적벽’의 전투 콘텐츠는 다른 여타 온라인게임과 비교해도 그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적벽’의 전투가 이뤄지는 전장 시스템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삼국지 고유 스토리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벌’을 비롯해 ▲대결 미션으로 구성된 ‘연의’, ▲삼국지 영웅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풀어가는 ‘외전’, ▲자유로운 사용자간 대결(이하 PvP)가 가능한 ‘무쌍’. ▲게임 내 길드의 개념인 ‘결의’ 소속 이용자를 위한 ‘경기’ 등이 그것이다.

이들 전장은 대부분 원작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더욱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돼 화제가 된 1천200명 동시 전투는 그야말로 ‘적벽’이 주는 최대 재미요소로 꼽히고 있다. 위, 촉, 오 삼국의 국가의 대립을 다룬 ‘적벽’의 대규모 전투는 게임 이용자로 하여금 마치 치열했던 한왕조 말기 중원의 한가운데 서 있는듯 한 느낌을 부여한다.
■충실하고 짜임새 있는 육성요소로 재미↑
‘적벽’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갖춰야할 다양한 게임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삼국지라면 빼놓을 수 없는 명성과 관직시스템을 비롯해 검, 도, 극과 같은 중국 정통 18반 무기들이 고스란히 게임에 구현됐다. 여기에 길드의 일종인 ‘결의’와 결혼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커뮤니티 요소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18반의 무기를 통해 직업을 나눈 점이 눈길을 끈다. 사실 원작으로만 보면 삼국지의 직업은 ‘문관’과 ‘무관’ 정도에 불과한 것이 사실. 이를 억지로 나누기보다 무기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의 개성과 파티플레이 시의 역할분담이 이뤄진 점은 원작의 느낌을 잘 재현했다는 평가다.

또한 관직시스템은 자신이 선택한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함께 캐릭터 육성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면서 게임 이용자들이 보다 꾸준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관직에 따라 전용 퀘스트 등이 존재해 특별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은 여타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요소다.
이밖에 생산이나 아이템 시스템 등은 전반적으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다. ‘WOW’의 세계적인 성공 이후로 이러한 시스템이 대부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보편화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이용자들에게도 상당히 익숙하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중국산 게임이라는 편견을 버려”
대작과 범작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적벽’은 확실히 대작으로 부르는데 망설임이 없다. 규모 자체가 남다른 전쟁 시스템도 그렇거니와 중국서 지난 3년간 쌓인 콘텐츠 역시 국내 이용자들은 단기간에 모두 경험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만 ‘적벽’은 중국 특유의 낮은 PC사양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과 3년 전에 개발돼 그래픽이 아무래도 요즘 게임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게임 내 밸런스나 안정성 등에 대한 문제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 이미 중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 부분이 국내 이용자들 입맛에도 맞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국지를 소재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아직까지 국내서 이렇다할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도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벽’은 삼국지 종주국인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일단 해볼만 하다. ‘메이드인차이나’는 무조건 좋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은 이미 국내 게임업계에서 깨진지 오래다. 오히려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보다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적벽’의 강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 풍부한 즐길거리와 짜임새 있는 시스템으로 국내서 또 한번 삼국지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채비는 충분히 갖춘 상황이다. 과연 ‘적벽’이 한국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