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젯 업체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가 또 하나의 벤처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소셜게임. 회사 이름은 루비콘게임즈다. 우리나이로 26살인데, 벌써 네번째 창업이다. 99년부터 벤처기업을 시작했으니 경력만 놓고보면 중고참이다. 그는 아직 학생 신분이다.
구경꾼 입장에서 표 대표의 스물여섯 인생은 꽤나 이색적으로 비춰진다. 26살에 네번째 벤처를 세우는 것은 국내에선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다. '한방'을 노리고 고시를 네번 보는 사람은 많아도 네번째 벤처에 뛰어드는 이들은 거의 없다. 희귀종이다.
잘 모르는 이들은 표 대표가 했다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벤처업계 '마이더스의 손'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안다. 세속적인 잣대를 내밀었을때 그가 아직은 확실한 성공 사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위자드웍스는 거액의 투자를 받았거나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표 대표의 말을 빌리면 굴러가는 정도다. 요즘 세상에 그것만 해도 어디냐겠지만 높아진 눈높이가 내려오지 않은 탓인지, 성공한 벤처의 전당에 위자드웍스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아직은 좁아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또 하나의 벤처를 시작했다. 사무실을 찾은 그에게 물었다. 주변에선 사업하면서 머리 빠지는 사람도 여럿 봤는데, 벤처가 재미있나봐요?
그는 중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온게 벤처뿐이니, 계속하게 되는 것이란다. 끊어야지하면서도 쉽게 못끊는게 담배인 것처럼 어렵고 힘들때 다시는 사업 안한다고 생각한 뒤에도 또 하게 되는게 사업이라는 것이다.
위자드웍스에서도 할일이 많을 것 같은데, 루비콘게임즈까지 소화할 수 있을까? 이제 위자드웍스 대신 루비콘게임즈를 키우려는게 아닐까? 표 대표는 그건 아니라고 했다. 본인은 당분간 루비콘게임즈에 집중하겠지만 위자드웍스도 계속 하던 일을 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게임은 위자드웍스안에서 하려니 서로 부담될 것 같아 그냥 들고나와서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네이트 앱스토어 파트너로 뛰면서 내부에 소셜게임팀을 TF방식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TF로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부적으로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고...죽이되든 밥이되든 내가 들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루비콘게임즈는 좀 있으면 법인설립이 완료된다. 위자드웍스 100% 자회사로 존재하지만 표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새로 영입한 이들이다. 학생도 있고, 출신 성분이 불분명한(?) 방랑자도 있다는 후문이다. 공통점은 모두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다. 표철민 대표가 루비콘게임즈를 '게임계의 외인구단'이라 부른다.
기업인 이상, 돈버는 일을 못본체 할 수 없다. 수익이 담보되지 않은 비전과 뚝심의 유효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소셜 게임이 요즘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될지는 미지수. 그럼에도 표철민 대표는 확신에 찬 표정이다. 소셜 게임의 에반젤리스트로 뛰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구글 오픈소셜과 페이스북이 양대진영인데, 외부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합치면 전세계적으로 14억명을 커버할 수 있어요. 한번 개발한 SW를 거대한 사용자층을 상대로 배포할 수 있게 되는거죠. 온라인 게임의 경우 유통을 위해 퍼블리셔를 잡아야 하는데, 소셜 게임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해외에선 징가 등 소셜 게임으로 성공하는 업체들도 확산되고 있어요.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네이트에 이어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앱스토어 모델을 선보일 예정인 만큼, SNS 게임이 파고들 공간은 크게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소셜 게임은 관계 지향적인 게임을 말한다. 그런만큼, SNS를 벗어나면 의미가 없어진다. 표철민 대표는 싸이월드의 경우 1촌을 맺으면 파도타기밖에 할게 없는데,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통해서도 대화가 가능해졌다면서 SNS에서 게임은 대화의 매개체나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콘게임즈는 올해 국내외 시장을 겨냥한 소셜 게임 5종 정도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 3종, 해외 시장은 2종 출시를 목표로 잡았다. 국내는 퍼즐 등 비교적 가벼운 콘텐츠를, 해외 시장은 전략 게임 등 중량감있는 콘텐츠를 전진배치할 계획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 소셜 게임 시장도 최근들어 경쟁시대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10여개 업체가 소셜 게임을 내놨거나 내놓을 예정이다. 대형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소셜 게임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만만치 않은 경쟁 환경이다.
선점이 중요할 것 같아요. 페이스북용 소셜 게임에서도 잘나가는 것들은 대부분 일찍 시작한 회사들이 만든 것들입니다. 표철민 대표는 국내 소셜 게임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초반 레이스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99년 도메인 등록 대행 회사로 시작해 입시 컨설팅을 거쳐, 위젯 개발 회사를 만들었고 이번에는 소셜 게임까지. 12년차 벤처기업가 표철민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그의 경력에서 이색적인 것은 입시 컨설팅이다. 명문대학에 많이 보내면서 수입이 짭짤했는데, 1월과 2월 한철장사라 재미가 없어 접었고 위자드웍스를 통해 IT벤처로 복귀했단다. 위자드웍스가 겨우 자리를 잡을만한 시점에, 다시 소셜 게임 세계로 뛰어들었다. 숨가쁜 레이스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될것 같아서요. 이쯤되면 그는 스스로 표현했듯, 벤처 중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