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도 공인이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죽을 때 까지 최선을 다해 만화를 그리면서 좋은 일도 함께 해 나가려고요”
똑 부러지게 소신을 밝히는 모습이다. 서울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난 웹툰 ‘골방환상곡’의 작가 워니(본명 박종원 28세)는 개그만화 작가답게 웃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인터뷰 내내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이었다.

워니는 지난해 4월 연재가 끝난 옴니버스식 개그만화 ‘골방환상곡’으로 네이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고유명사화된 유명한 말 ‘엄친아(엄마친구아들)’도 그의 만화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골방환상곡 연재를 중단하고 작가 내공 쌓기에 나섰다. 다소 거창하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만화가가 되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사회적 기업 홍보 웹툰을 그리기도 했다.
“저 자신이 대단한 성인(聖人)이라거나 한건 아니에요. 평균적인 인격을 가진 인간일 뿐이죠. 다만 같은 일을 해도 남에게 도움이 되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일자리가 희망이다’ 같은 사회적 기업 홍보 웹툰은 우연히 기회가 닿아 그린 건데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쉬는 동안 미니 블로그 '미투데이'가 워니의 조수(?)가 됐다. 독자들의 생생한 반응을 듣는 창구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만화가로 가는 지름길로 보인다.
“소통을 중시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품만으로 독자들과 교감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더라고요. 제가 블로그와 미투데이를 애용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에요.”
더 나아가 그는 미투데이 멤버들을 모아 오프라인 번개 모임도 열고 있다. ‘모여서 각자 커피마시며 자기 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특이한 모임은 정해진 시간이 없다.

모임 공지는 워니가 ‘삘(?) 받을 때’ 올라오지만 평균 댓글이 30개 이상씩 달릴 정도로 호응이 좋은 것이 눈길을 끈다. 독자 교류를 중시하는 워니만의 소셜네트워크인 셈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웹툰 시장에 대해서는 나름 밝은 전망을 내놨다. 한 번 잡으면 기본적으로 한두 시간이 소요되는 영화나 게임과는 달리 여가 시간에 짬짬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서의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웹툰은 한 편 보는데 짧으면 10초에서 길면 30초가 걸려요.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기본 2배속으로 보는 세상이잖아요. 엔터테인먼트도 말을 하는 속도가 아닌 눈으로 보는 속도로 정보를 전달해야 시선을 잡아둘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웹툰은 그 소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 매력이죠. 또 굳이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같은 여러 플랫폼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그저 웃기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그지만 마냥 재미있는 내용을 그릴 수도 없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네이버 시절의 교훈이죠. 웹툰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게 되는 거잖아요. 물론 재미도 큰 가치지만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상처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때문에 작업을 할 때는 항상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조심하고 있어요.”
다소 조심스럽게 컴백 시기를 물었다. 워낙 유명 작가인 그의 컴백을 기다리는 이들이 적잖다.
“연재가 끝난 후에는 저도 많이 아쉬웠죠. 그러나 뭐든 숙성기간이 있는 거잖아요. 네이버 시절이 저 스스로를 갈고 닦는 시간이었다면 그 후에는 내공을 쌓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재가 끝났다고 해서 ‘골방환상곡’도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블로그 ‘워니월드’에는 꾸준히 회색 늑대의 이야기가 업데이트 되고 있다. 네이버 시절 많은 공감을 얻었던 촌철살인 개그 실력 역시 여전하다. 워니월드에는 ‘골방환상곡’ 뿐만 아니라 ‘대학생성상담소’, ‘학식투어’ 등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도 업로드 돼 즐길 거리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