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3G 이동통신의 가입자인증모듈(USIM) 활성화에 진척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USIM이 활성화돼야 이통통신 사업자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져 건전한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인데, 정작 이통사는 USIM을 자사 경쟁력 강화의 핵심역량으로 키우는 중이다.
근래 들어 생활 서비스의 중심이 휴대폰으로 집중되면서 이동통신 산업의 역량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통사는 자사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다 많은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휴대폰은 더이상 통화만을 위한 단말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휴대단말기를 통해 무선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TV와 라디오 시청은 기본이다. 내비게이션 기능도 사용할 수 있고, 또 모바일 뱅킹서비스로 은행거래는 물론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역할도 일부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차 USIM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3G 단말기에 탑재된 USIM은 2G 단말기와 달리 휴대폰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핵심 정보가 단말기 자체가 아닌 USIM에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이통사는 단순히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가입자'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 서비스 제공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
■USIM 잠금해제 효과 미미...USIM카드 '신용카드化'
3G 서비스 출시와 함께 SK텔레콤과 KT 등 이통사는 USIM 기반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제휴와 서비스 개발을 해왔다. 대용량 USIM 칩을 개발해 다운로드 한 콘텐츠를 보관해 둘 수 있어 휴대폰을 교체할 때 장점이 있다. 지난 4월 KTF(현 KT)가 512MB 용량의 USIM 카드를 개발해 140여개의 MP3파일과 대용량 모바일 게임 200여개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통사에 귀속 성향이 강한 국내 이통서비스 이용자들은 USIM을 활용해 이통사를 옮기는 것 보다 휴대폰만 자유롭게 바꾸기를 원한다. 게다가 이통사가 사업자간 이동시 복잡한 절차가 있고, 사업자를 바꾸더라도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MMS)를 비롯한 데이터 서비스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결국 이로 인한 가입자 이탈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 USIM 잠금 해제 후 현재까지 타사간 이동한 건수는 2천900여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서 이통사는 가입자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고객들이 음성 통화를 위해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용카드에 가입하듯이 서비스 그 자체에 가입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USIM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RFID칩을 통합한 USIM 2종을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이 USIM을 휴대폰에 탑재한 이용자들은 쇼핑 중에 RFID칩을 통해 제품정보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받아 보고 모바일 결제를 하는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 구현도 가능해 진다.
특히 USIM 기반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이통 산업의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을 점칠 수 있게 해준다.
3G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과 KT는 금융권과의 제휴로 계좌 이체와 조회, 은행 자동화기기 이용, 지로납부 등의 일반 은행 서비스는 물론 신용카드와 교통 및 멤버십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최근 TV 광고를 통해 USIM을 강조하고 있다. USIM이 은행 및 증권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해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을 계몽하는 차원의 광고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의 하나카드 지분인수와 KT의 BC카드 지분인수설이 구체화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이통사의 카드사 설립과 인터넷은행업 진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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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2G 시장의 수요가 남아 있는 SK텔레콤은 USIM 활성화에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가입자의 약 76%인 1천140만여명이 3G 가입자인 KT는 이미 USIM 기반의 경쟁력 강화를 선포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화된 국내 이통 시장에서 차세대 수익원으로 '무선인터넷'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머지 않아 USIM이 핵심 키워드로 주목 받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